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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 3년, 각국의 원전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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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선(善)과 악(惡)의 사이…원자력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각국의 원전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각국의 원전정책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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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해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켰고, 지금도 그 상처가 계속되고 있는 사고가 오는 11일이면 3년을 맞는다.

2011년 3월11일. 일본에 규모 9.0의 강도 높은 지진과 높이 10m에 이르는 쓰나미가 몰아닥쳤다. 후쿠시마 제 1원전의 원자로 6기 가운데 4기에서 폭발 또는 화재가 잇따라 발생했다. 11일 오후 7시3분 일본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어 오후 8시50분 후쿠시마 제1발전소 1호기의 반경 2㎞ 주민에 대한 대피령이 내려졌다.
3월12일. 일본 총리의 지시에 따라 1호기의 대피 구역은 10㎞ 거리로 확대됐다. 이어 2발전소에도 같은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사고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은 사고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복구에만 50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데 사후비용이 엄청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 세계에 원전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사고를 바라보는 인식부터 앞으로 원전에 대해 어떤 정책을 가져갈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원전을 선(善)한 것으로 보는 나라와 악(惡)한 존재로 인식하는 국가도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원전을 확대하겠다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는 나라가 생겨났다

◆善한 원전, 영국=영국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오히려 원전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영국의 원전 정책에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2011년 7월 영국 찰스 헨드리(Charles Hendry) 에너지부장관은 '새 원전 건설 2011(New Nuclear Build 2011)' 회의에서 "영국정부는 신규 원전산업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영국은 원전이 없으면 퇴보하고 번영에 뒤쳐질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까지 원전 점유율을 현재의 20%에서 3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국민들도 원전 건설에 찬성하고 나섰다. 2012년 12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노후 원전 폐쇄와 신규원전건설에 영국 국민 42%는 찬성했고 20%만이 반대했다. 2013년 5월 여론조사에서는 신규원전건설에 대해 정부 보조금 지급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찬성 43%, 반대 28%로 집계됐다.

영국 정부와 국민이 모두 원전 확대에 찬성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영국 수석과학자문관인 로빈 그라임스 교수(영국 임페리얼대 재료공학부)가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고는)원자력발전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 메커니즘 같은 것을 설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깨달았고 규제 부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며 "영국은 수석과학자문관이 각 부처마다 있는데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즉각 회의를 통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국민들에게는 어떻게 정확히 설명할 것인지를 논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사태에 대해 분석하고 이 분석한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면 국민들은 이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 밑바탕이 원전에 대해 정부가 정책을 이끌어나가더라도 국민이 신뢰하는 기본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프랑스, 핀란드, 영국,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러시아 등은 원전정책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惡한 원전, 독일=독일은 후쿠시마 원전이후 원전에 대한 정책변화가 가장 컸던 나라 중 하나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난 2개월 뒤인 2011년 5월 독일은 안전점검 대상인 원전 8기에 대해 완전 가동중지를 결정하고 2010년 발표했던 '원전의 계속운전정책'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2011년 6월 독일은 2022년까지 원전 17기 전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뒤 탈원전법안을 가결시켰다. 독일은 발전비중의 16.14%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스위스도 독일과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스위스 정부는 2011년 5월 원전 5기 전부를 2034년까지 폐기(수명 50년)하고 신규로 건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2012년 4월 스위스 정부는 '에너지전략 2050' 발표를 통해 원전의 단계적 폐지는 실현가능하다는 견해를 표명하고 나섰다.

벨기에도 원전을 '惡한 존재'로 보는 나라에 동참했다. 벨기에는 2011년 10월 국내원전 7기에 대해 운영기간을 40년이 되도록 하고 단계적 폐지에 합의했다. 새로 건설하는 계획은 마련되지 않았다.

원전을 악한 존재로 접근한 이들 나라들은 원전이 가지고 있는 대규모 파괴력에 주목한 것이다. 일본의 경우처럼 원전이 깨끗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해도 불의의 사고로 인해 엄청난 재앙은 물론 천문학적 복구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지금부터 이런 위험에서부터 벗어나는 길을 찾은 것이다. 독일은 특히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고 기반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 원전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신뢰도 없으면서 善하다고만 하는 한국=최근 원자력과 관련된 전문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관계자는 "원전만큼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는 없다"며 "기자 분들이 국민들에게 이런 사실들을 잘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말에 "그동안 국민들이 원전에 대해 불안해하는 것은 알다시피 부품을 위조하고, 안전점검에 시민단체 등을 배제하고, 수십억원의 뇌물이 오가는 그런 원전 시스템에서 비롯됐다"며 "종합 비리 세트로 이뤄져 있는 국내 원전 시스템을 믿으라고 한다는 국민의 누가 믿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연속적으로 터져 나온 원전에 대한 위조부품 공급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가장 안전하게 관리돼야 할 원전에 무더기로 위조부품이 공급됐으니 안전에 의문이 제기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원자력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대한 정부의 인식도 문제이다. 장관급이었던 원안위가 박근혜정부 들어 차관급으로 위상이 추락한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그동안 규제기관으로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규제기관의 위원장임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진흥 전문가가 위원장에 선임되는 등 정상궤도에 올라서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원전 체계는 한마디로 허술하다. 원전이 수명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안전점검 결과 이상이 없다며 계속 운영하겠다고 정부는 고집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5년에 원전 비중을 29%로 늘리겠다고 에너지 수급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2012년 26%보다 높은 수치이다.

정부와 국민이 신뢰로 연결돼 있는 영국, 원전을 폐기하겠다고 밝힌 독일. 이들 나라 모두 자신들의 환경에 맞는 원전에 대한 정책을 선택했다. 두 나라 모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들에 신뢰도 얻지 못하면서 여전히 '원자력은 善하다'고만 외치고 있는 형국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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