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경 감독이 그리고, 류현경이 칠한 판타지 다큐 ‘만신’(인터뷰)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 유수경 기자]박찬경 감독이 일을 냈다. 판타지 다큐멘터리 ‘만신’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만의 색을 확실히 드러내며 3월 극장가 문을 두드렸다. 이 작품은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조합이지만, 기본적인 틀은 다큐의 형태를 띠고 있다. 배우 문소리, 류현경, 김새론이 시대별로 변모하는 김금화의 모습을 연기했다.
‘파킹찬스’라는 이름으로 형 박찬욱 감독과 함께 활동하기도 한 박찬경 감독. 그는 앞서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로 첫 장편 연출을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개봉하는 장편영화는 ‘만신’이 처음이다. 그래서 긴장감이 온몸을 감싼다.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최근 아시아경제 스포츠투데이와 만난 박찬경 감독과 류현경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음에도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는 데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만신’으로 관객을 치유한 감독
그는 만신 김금화의 ‘비단꽃 넘세’를 읽고 감동을 받아 영화로까지 제작하게 됐다. ‘만신’은 무당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김금화는 단순한 무당에 그치지 않고 인간문화재에도 등극하며 비범한 재주를 인정받았다.
‘만신’은 무녀 김금화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와 치유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영화는 잊혀져가는 무속신앙을 알리며, ‘굿’이나 ‘무당’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다. 어떤 이들은 무속신앙에 대해 ‘무섭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박찬경 감독은 이 같은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이 드신 많은 분들이 얘기하시는 게 예전엔 굿을 보러 가는 게 큰 재미였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릴 때는 무섭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다른 종교에 비해 특히 더 무섭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크리스천도 방언을 하고 기도를 하죠. 성당에 가면 피 흘리는 예수님이 못 박혀있고요.”
무속신앙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 박찬경 감독은 김금화에 대해서도 ‘오래된 커리어우먼’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김금화 선생님은 오래된 커리어우먼이라 할 수 있죠. 그 시대의 여성 직업인, 예술가로서 또 종교사제로서 큰 역할을 했어요. 하지만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파워풀한 능력이 인정받기가 힘들었죠. 무당은 업신여김을 당하지만 한번 굿판에 서면 대단한 파워를 분출하거든요. 그것을 용인하기 힘들었던 거에요. 여성이 강자인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실제로 영화 ‘만신’에서 굿판에 서 있는 김금화는 무척 꼿꼿하고 기품이 넘쳐흐른다. 게다가 화려한 갓과 의상은 왕의 무복과 닮아있었다.
▲‘만신’을 통해 ‘치유의 힘’을 깨달은 여배우
‘만신’에서 류현경은 김금화 선생의 열일곱 살을 연기한다. 촬영 당시 그의 실제 나이는 이십대 후반이었다. 물론 지금의 십대와 당시의 십대는 다르다. 결혼하고 애도 낳았을 나이다. 그래서 용기를 얻었단다.
“2~3년 전에 찍었는데, 그래서 지금보다는 어려보였나 봐요.(웃음) 여고생 역할이면 무서웠을텐데 시대도 옛날이고 하니까 용기 내서 도전해봤어요.”
신내림을 받는 모습을 연기해야 했기에 짧은 시간 엄청난 연습을 했다. 만신 김금화의 제자가 실제로 신내림을 받는 모습을 봤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단다. 그는 “영화에는 짧게 나오는데 순서가 굉장히 길다. 그게 연기일 수가 없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누가 오신게 분명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에서 류현경은 굉장한 점프력을 보여준다. 실제로 신내림을 받는 이들은 더욱 대단하다니, 그 정도가 어느 수준인지 알 만하다. 그는 신내림 장면 촬영 후 며칠 동안 앓아누워야 했다.
“몸을 엄청 써요. 온몸의 에너지를 다 동원해서 연기했어요. 액션영화 한편을 찍은 거처럼 힘들더라고요. 대여섯 시간 동안 쭉 찍었는데 그 다음엔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었죠.”
그는 김금화의 강렬한 첫인상에 대해서도 떠올렸다. 연습을 하러 가서 처음 만났는데 미모에 감탄했다며 웃었다.
“너무 아름다우시더라고요. 얼굴 선이 곱고 눈매며 턱선 같은 게 모두 아름다웠어요. 연세가 그리 있는데도 멋지시죠. 요즘에 태어났으면 당연히 배우를 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만신’에서 류현경은 “사람들의 몸의 병, 마음의 병 고쳐주는 큰 무당이 되겠시다”라고 외친다. 배우 스스로에게도 가장 인상깊은 대사였고,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였다.
“그 말을 뱉는 순간 ‘배우가 이런 사람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지금껏 배우가 대단하거나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을 안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 책임감을 더 갖게 되고 마음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들 무당과 배우는 사주팔자가 비슷하다고 하는데, 이를 언급하자 류현경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도 사주에 얽힌 재미난 일화가 있다고 털어놨다.
“어릴 때 군산에서 한일합작 영화를 촬영한 적이 있어요. 그 땐 매니저도 없었고 혼자 심심해서 돌아다니다 사주를 보는 곳이 있길래 가봤죠. 저더러 ‘당장 서울로 가서 연기를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가 고3이었는데 제가 ‘학교 다니고 있다’고 하니까 ‘아니다. 넌 연기를 해야하니 서울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속으로 좀 놀랐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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