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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출판산업', '책의 전당' 건립이 타개책 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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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출판문화계가 11일 서울 경복궁 옆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3만7141㎡)에 '책의 전당' 건립을 제안, 공론화작업을 추진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판계의 제안에 앞서 작년 1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과연 호텔을 짓는 것이 적절한지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공론화를 제기한 바 있다.

일단 대항항공 측은 "기존 입장을 바꾸지도, 호텔 건립사업을 중단하지도 않을 것이다. 현재 출판문화계로부터 공식적인 제안을 받은 바 없고 사유지에 대해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은 올바르지도 않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섬에 따라 송현동 부지 활용 방안을 놓고 당분간 공방이 이어질 태세다.
출판문화계 인사들이 이번 제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표면상으로는 서울 중심 내 책 및 기록 관련 인프라가 부재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안으로는 독서문화 저조, 출판계 경영난 등 출판산업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책의 전당'을 건립하려면 최소한 국가 예산 6000억∼7000억원이 필요하다. 이는 곧 출판산업에 대한 후방 투자 효과가 높아 경영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출판산업 위기감은 전방위적 상황이다. 우선 동네서점은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동네서점은 지난 1995년 5449개에서 2011년 1723개로 3726개(68.4%)나 줄어들 정도로 무너졌다. 90년대 후반까지는 감소세가 미미했으나 2000년 이후 급격히 추락했다. 1999년 4595개, 2000년 3459개(전년대비 24.9%), 2001년 2646개(23.5%)가 줄었다. 2007년 2042개에서 2008년 1916개로 동네서점 폐업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2012년 출판산업 총 매출액은 21조973억원으로 전년대비 0.7%가 감소했으며 산업 종사자도 0.2%가 줄어들 정도로 악화 일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출판산업 상장사(웅진씽크빅, 대교 등 9개사) 분석 결과 2013년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고, 종사자 수가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출판산업의 불황이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판사들도 책을 내지 못 하는 곳이 늘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전국 4만2157개 출판사 중 94%인 3만9620개 출판사가 1년동안 단 한 권의 책도 발간하지 못 했다. 배재정 민주당 의원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 출판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03년에 92.7%였던 무실적 출판사는 2012년 들어 94%를 기록,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무실적 출판사 비율이 높은 이유는 출판시장에서 인터넷 서점 활성화와 대형서점의 독과점으로 인한 도서정가제 붕괴에 있다. 즉 소규모 출판사들이 경쟁력을 상실해 버틸 수 없는 구조가 돼버린 탓이다.

무실적 출판사 증가로 출판의 다양성과 양질의 출판마저 어려워 출판산업의 위기감은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특히 몇몇 대형출판사가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는 동안 대부분의 출판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는 악순환이 계속돼 제살깍기 경쟁, 출판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위기는 출판 실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1분기 발간된 책 종수는 1만8450종으로 전년 동기(2만1250종) 대비 13.2%(2800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종 이상 발간 실적이 있는 출판사 수는 3129개로 전년 동기(3575개) 대비 12.5%(446개) 감소했다.

책을 읽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전국 가구(2인 이상)당 월 평균 도서구입비는 2012년 기준 1만9026원으로 피자 한 판 값에도 못 미칠 지경이다.

이번 송현동 부지 활용에 관련, 윤희윤 한국도서관협회장은 "우리에게는 책의 생태계가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상징물이 없다"며 "책 문화와 관련된 국가적 자긍심을 높이고 새로운 문화 창조로 나아갈 기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출판문화계가 제안한 '책의 전당'은 ▲ 지식사회의 중요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담아내어 시민에게 봉사하는 도서관 ▲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직지, 실록, 의궤 등 우리 책의 역사를 국내외 시민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 ▲ 세계적인 수준의 기록정보를 보관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록관 ▲ 책의 교류가 이뤄지는 세계적인 전당 ▲ 전 세계 지식인과 학자, 문화인, 예술가들이 방문하고 교류하면서 서로 자극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책문화의 창조현장을 표방한 복합도서관을 표방하고 있다.

이번 제안에는 김민웅 책나라연대 대표(성공회대 교수)를 비롯, 김언호 파주출판문화재단 이사장(한길사 대표), 도종일 책 읽은 사회문화재단 이사장(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학장), 박은주 한국출판인회의 이사장(김영사 대표), 윤희윤 한국도서관협회장, 한상완 한국기록협회장 등 출판문화계 주요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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