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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로즌 그라운드',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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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프로즌 그라운드',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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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한 겨울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어느 황무지. 아무리 큰 소리로 도움을 청해도 그 누구 하나 대답이 없다. 그리고 지금 내 뒤에는 나를 죽이려는 살인마가 총을 들고 무섭게 쫒아오고 있다. 고요한 정적을 깨고 터져 나온 총성. 난 쓰러진다. 찬 흙바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내게 그 살인마가 조용히 다가왔다.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그럴 힘도 없다. 살인마는 권총을 꺼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 머리를 쐈다."

만약 이런 일이 실제 내게 일어난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 상황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잔혹한 범죄 소설의 일부일 것 같지만, 아쉽게도 위 글은 실제 벌어진 일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재구성해 글로 옮겼을 뿐이다. 이런 일은 무려 20번도 넘게 반복됐다. 1983년 미국 알래스카의 연쇄살인범 로버트 한센이 체포되기까지.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가족들을 그리며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손에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
영화 '프로즌 그라운드'(감독 스콧 워커)는 일명 '여자 사냥꾼'으로 불린 연쇄살인범 로버트 한센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1983년, 알래스카에서 강간을 당한 뒤 잔혹하게 살해된 젊은 여성들의 시체가 연이어 발견되고 베테랑 수사관인 잭(니콜라스 케이지 분)이 수사에 나선다. 그러나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는 범인의 용의주도함에 좀처럼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살인마로부터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10대 후반의 매춘부 신디(바네사 허진스 분)의 등장으로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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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은 있었지만 증거가 없어 로버트 한센에 대한 검찰의 영장은 쉽게 발부되지 못했다. 여기에 로버트 한센이 평소 성실하고 친절한 성격으로 이웃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이루고 있던 점이 좀처럼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하지만 퇴직마저 제쳐두고 수사에 의지를 보이던 잭으로 인해 한센의 악행은 조금씩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피해 여성들의 억울한 죽음을 만천하에 공개하려는 잭의 노력은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90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프로즌 그라운드'는 자극적인 소재를 담고 있지만, 사건이 아닌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테랑 형사와 지능적 사이코패스가 벌이는 쫒고 쫓기는 심리 추격전은 그 어떤 자극적인 장면보다도 흥미를 돋운다. 그리고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해 영화적 재미는 물론, 현실감을 극대화했다. 피해자, 피해자 유가족, 범인의 가족, 물적 증거만 요구하는 검사, 피해자가 매춘부라는 이유로 사건을 마무리하기에 급급한 시경찰, 매춘굴 포주 등이 바로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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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형사 잭을 연기한 니콜라스 케이지와 절로 소름 돋게 만드는 살인마 로버트 한센을 연기한 존 쿠삭의 카리스마 연기 대결은 '프로즌 그라운드'의 완성도를 한 단계 높인다. 이름만으로도 신뢰도가 상승하는 두 사람은 영화 '콘에어' 이후 17년 만에 재회한 것이기에 더욱 눈길을 끈다. 당시 연방 보안관이었던 존 쿠삭이 살인마로, 모범수였던 니콜라스 케이지가 경찰로 등장한다는 점은 '프로즌 그라운드'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하이 스쿨 뮤지컬' '비스틀리'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2:신비의 섬' 등에 출연하며 한국 관객에게 얼굴을 알린 바네사 허진스의 연기 변신 또한 볼만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단순한 추격전이 아닌 다층적 심리 구조를 짜임새 있게 그려낸 '프로즌 그라운드'는 관객들에게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운다. 영화 속 살인마가 실재했고, 지금도 감옥에 수감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오싹하지 않은가. 러닝타임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장영준 기자 st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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