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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위원, "브라질 월드컵, 첫 상대 러시아가 큰 산-지지 않는다면 해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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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해설, 피땀 흘려 준비한 90분 경기 가볍게 비판하지 않는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사진=정재훈 기자]

차범근 SBS 해설위원[사진=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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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위원 "월드컵의 해, 축구와 함께 행복하세요"에 이어 계속>
차범근 SBS 축구 해설위원의 집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다. 거실에서는 북악산 팔각정이 마주 보인다. 부인 오은미씨가 떡만두국을 끓였다며 점심을 권했다. 식탁에 막 앉으려는데 차 위원의 맏아들 차두리(34) 선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프로축구 FC서울에서 뛰는 그는 소속팀의 괌 동계훈련에 참가했다 막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 위원에게 물었다. “차두리 선수도 참 훌륭하죠. 하지만 아버지만큼 뛰어났으면 하는 바람, 아버지보다 못해서 서운함, 이런 마음은 없습니까?” 차 위원은 얼굴 가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내 아들이 나보다 기록이 좋아요. (2002년) 월드컵 4강에 갔죠. (스코틀랜드리그 셀틱에서) 리그 우승도 해봤죠. (2002년) 훈장도 받았죠. 독일어와 영어도 잘하고 언변도 좋죠. 지난번(2010년) 월드컵에서도 정말 잘 했고. 더구나 아직 현역이잖아요? 내가 오히려 부러워하죠. 나보다 축구마저 잘하면 어떡합니까. 하하하…”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는 오후 4시30분까지 계속됐다. 다음은 차 위원과의 일문일답.

-브라질월드컵 얘기부터 하자. 이길 팀이 없지 않나·
△“그렇다고 우리가 약하다고 볼 수 없다.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도 많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잘 준비한다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팀이 가장 어려운 상대인가.
△“러시아다. 러시아와 첫 경기에서 지지만 않는다면 전략적으로 해볼 만하다. 러시아는 H조에서 가장 짜임새가 있다. 쉽게 허물어지지 않고, 쉽게 골을 내주지 않는다. 대형 스타는 없지만 요소마다 기둥 선수들이 있다.”

-박지성 선수를 복귀시키고 박주영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박지성 선수의 경우에는 본인이 여러 차례 대표팀을 사양한 것으로 안다. 또 홍명보 감독은 박 선수의 얘기를 들어봐야겠다는 입장인 것 같고. 내가 아는 것은 거기까지다. 결국 둘이 만나서 얘기하지 않겠는가. 박주영 선수가 됐든 누가 됐든 가장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을 선발하는 게 대표팀 감독의 역할이다. 경기를 뛰지 않으니 경기력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반면 경기를 뛴다고 반드시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아니고. 선택도 결과도 감독의 몫이다.”

-차 위원이 1986 멕시코월드컵에 출전한 지 벌써 28년이 지났다. 당시와 비교하면 축구, 축구 문화, 시스템 등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 때는 유럽축구를 보기가 힘들었다. 큰 경기도 녹화중계를 했다. 지금은 안방에서 전 세계 축구를 다 본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선진 축구에 대한 공포감과 벽을 느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전혀 없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높일 수 있고 심리적인 벽을 없애는 역할을 매체들이 했다. 지금은 많은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외국에 나간다.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축구를 경험한다는 게 큰 변화다.”
-축구를 보는 팬들의 태도는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나.
△“예전 팬들은 애국심에 바탕을 둔 응원이었다. 우리가 못한 걸 대신 풀어줬으면 하는 분위기였다. 박스컵 대회 때는 항상 만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볼거리가 많다. 경기력이 좋아야 팬들도 관심을 갖는다. 유럽처럼 축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축구도 특색을 살려야 한다.”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 프랑스의 미셸 플라티니 같은 축구영웅들은 자국 행정에 깊이 관여한다. 반면 차 위원은 유소년을 육성하고 방송 해설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있다.
△“분데스리가로 가기 전에 한 인터뷰에서 나는 ‘꼭 돌아와서 후진을 양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독일에 가 보니 어린이들이 학교에 가기 전부터 지역 리그에서 경기를 하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깨달았다. ‘아, 어려서부터 해야 되는구나’. 공에 대한 감각, 적응과 같은 것은 보통 8세 이전에 해야 된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유소년 축구를 하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학년 리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 일을 이제 나뿐 아니라 (차)두리가 이어서 해야지.”

-축구 행정에는 관심이 없나.
△“사람이 어느 환경에 가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행정적인 부분은 약간 정치적인 거 같고, 뭔가 꿈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하는 일 아닐까? 능력도 있어야 하고.”

-축구 해설이 인기 있다. 방송은 재미있나?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시작했다. 나는 전문적인 해설보다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이전에는 너무 비판적으로 해설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지고 싶은 선수 한 명도 없다. 90분을 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는데 앉아서 말 한마디로 가볍게 비판할 수 있나.”

-캐스터들이 젊고, 톡톡 튀는 얘기도 많다. 따라잡기 버겁지 않나.
△“젊은 사람들의 다양한 지식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축구 중계의 전부는 아니다. 기록이나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축구 자체를 알아야 경기 중계가 되니까.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괜찮다.”

-한국 선수들이 분데스리가에서 잘 하고 있다. 궁합이 잘 맞는 건가.
△“어제(26일) 지동원 선수가 헤딩골을 넣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박주호 선수의 어시스트도 대단했다. 독일 축구는 한국과 흡사한 면이 있다. 아기자기한 면은 부족해도 힘과 정신력이 강하다. 그래도 분데스리가가 다른 리그보다 쉽지는 않은데 우리 선수들이 잘 적응한다.”

-포털에 칼럼을 연재한다. 대중과의 소통은 어떤 의미인가.
△“일을 하다보니 다른 사람에 의해 우리의 생각이 다르게 전달되거나 오해를 사는 일이 있었다. 우리가 직접 말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다. 누구와도 논쟁할 생각은 없다. 다른 사람들과 생각과 느낌을 공유한다면 만족한다.”

-2010년 J일보에 쓴 칼럼이 큰 감동을 주었다. ‘남의 행복이 커진다고 내 행복이 줄지는 않는다’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땅에도 떨어졌다 하늘에도 올라가 봤다 하면서 느끼는 부분이 있지 않나. 살다보면 누구나 느끼는 점이다. 나이가 들면서 더더욱 그런 느낌이 와 닿는다. 내가 남과 비교된다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삶이라는 게 그런 거 아닐까?”

-축구, 가정, 신앙이 차 위원의 삶의 중심이다. 한 가지를 더 꼽아보면.
△“요즘 손주들이 2주에 한 번씩 온다. 그 전에는 골프를 조금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훨씬 즐겁다. 앞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질 것이다.”

정리=김흥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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