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가 커지는 데 맞춰 화폐발행액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8%(한국은행 추정)로 2010년(6.3%)ㆍ2011년(3.7%)보다 한참 낮다. 그럼에도 지난해 화폐발행액이 2010년ㆍ2011년보다 3조원 넘게 급증한 것은 수상한 일이다. 더구나 새로 찍어낸 돈 대부분이 5만원권이다. 7조9147억원으로 전체의 87.6%다. 5만원권은 발행이 시작된 2009년 이후 계속 늘어 지난해 말 잔액이 40조6812억원이다. 5만원권 지폐가 8억장 넘게 풀린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의 반작용으로 음지로 숨거나 세원 노출을 꺼리는 현금 수요를 키웠을 수 있다. 고액 자산가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1000만원 미만 현금거래까지 과세당국이 추적할 수 있게 되자 보관하기 쉬운 5만원권으로 현금을 숨기는 것이다. 이들 자금의 상당수는 탈세나 뇌물 등 범죄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정부는 금고 속으로 숨으려드는 5만원권을 불러낼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세무조사 강화라는 '채찍'과 함께 성실납세에 상응한 보상이라는 '당근'도 함께 제시해야 지하경제 양성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금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현금영수증 발급 대상은 더 늘리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침은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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