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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레 깊어진 유로존 은행·정부 연결고리…논란 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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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은행들, 위기 후 국채 비중 크게 높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2010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금융위기가 터진 후 유로존 대응책의 핵심은 은행과 정부 간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었다. 부실 은행을 도우려다 정부가 부실해지고 이로 인해 은행이 더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기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유로존 은행들의 국채 보유 비중은 크게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과 정부 간 연결고리가 깊어졌다는 의미이며 이는 위기 대응책의 목표와 역행하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유럽 은행들의 국채 보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유럽중앙은행(ECB) 통계를 인용해 23일(현지시간) 지적했다. ECB에 따르면 현재 유럽 은행들은 유로존 위기가 시작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자국 국채 비중을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스페인 은행들의 경우 현재 전체 자산에서 자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9.4%를 나타냈다. 이는 ECB가 저금리 장기대출 제도(LTRO)를 도입해 첫 대출에 나섰던 2011년 10월의 5%에서 두 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 은행의 비율은 6.4%에서 10.3%로, 포르투갈은 4.6%에서 7.8%로, 슬로베니아는 7.8%에서 10%로 높아졌다.

위기와 큰 상관이 없는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독일 은행들의 국채 보유 비율은 3.8%에서 4.5%로 높아졌고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은행들도 1%포인트가량 비중을 높였다.
ECB는 유로존 금융시장의 심각한 자금 경색을 피하기 위해 2011년 말 LTRO를 도입해 두 차례에 걸쳐 1조유로가 넘는 자금을 은행들에 빌려줬다. 하지만 당시 ECB는 은행들의 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 자금을 빌려줬는데 정작 은행들은 국채만 매수해 별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번 통계를 통해 은행들이 실제 국채 매수에 집중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위기 후 은행들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은 국채 비중이 높아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부실 자산을 털어내는 과정이 진행되면서 안전자산인 국채 비중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후 반 스티니스 애널리스트는 "디베러리징이 국채 비중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며 "대출이 줄고 예금이 늘면서 생긴 자금을 은행들이 안전자산인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 은행들의 국채 보유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면서도 향후 줄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예상했다. 특히 ECB 스트레스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 유럽 은행들 입장에서는 안전자산인 국채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침체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 국채를 빼면 딱히 수익을 낼 만한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알베르토 갈로 선임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국채를 팔지 못 하는 이유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앞두고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국채가 없으면 유로존 위기국가의 중소형 은행들은 대부분 이익을 늘리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티니스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끝나는 올해 말에는 은행들의 국채 비중이 더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유럽 은행 당국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를 어떻게 취급할 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이고 당국의 판단 여하에 따라 국채 비중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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