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자처하며 일했는데 왜 다들 날 피하는거지?-나홀로氏
VS 절친한 동료들과의 회의 후딱 끝내고 뒷풀이 간다-다함께氏
당신은 어느쪽
동료간 업무 협조 잘될수록
기업의 경쟁력 성과로 연결
친분 두터우면 효과 더 높아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세계적인 디자인 기업 아이데오(IDEO)는 구성원 간 업무 협력이 잘 이뤄지기로 소문난 기업이다. 하지만 아이데오가 아무런 노력없이 이러한 명성을 얻은 것은 아니다. 구성원이 500명도 채 되지 않지만 업무 협력 프로세스를 발전시키려는 기업 차원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아이데오에는 튜브(Tube)라는 업무협력시스템이 있다. 아이데오는 튜브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협력하는지를 관찰하고, 정보와 지혜를 나누는 이유와 과정에 대한 고민을 2년여 동안 지속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노력 끝에 현재의 튜브가 완성될 수 있었다.
아이데오가 직원들의 업무협력 모델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업무 협력이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16일 엘지경제연구원은 인시드의 모르텐 한센 교수의 말을 빌려 "업무 협력은 속성상 남이 쉽게 모방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의 지속적인 경쟁 우위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민국 직장인도 구성원간 협력이 이뤄지는 업무 환경을 꿈꾼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6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착한 직장인의 유형 1위로 '업무 협조를 잘 하는 직장인'이 45.7%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나쁜 직장인 1위는 '개인만 생각하는 직장인'이 꼽혔다. 하지만 한국의 업무 협력 환경은 아직 녹록치 않은 것으로 조사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국제성인역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직장 내 협동 점수는 5점 만점에 1.93점에 그쳤다. OECD 평균은 2.42점이었다.
◆업무 협력,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 조직 안에서 이뤄지는 '협력'에 관한 의외의 연구결과가 있다. 워싱턴 주립대의 크레이그 팍스 교수는 공동 목표를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구성원이 주변 동료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자기 이익만 챙기는 사람이 주변의 미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미움을 받는다는 것은 의아한 결과다. 이타적인 동료 덕에 전체의 이득이 늘어나면 자신의 몫도 더 커질텐데 이 같은 연구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실험자들은 '이타적인 동료가 자신의 기여도만큼 가져간다는 규칙을 위반'했고, '이타적인 동료 때문에 자신이 나쁜 사람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크레이그 팍스 교수의 연구는 조직 안에서 '협력'을 도모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일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업무 협력은 더욱 먼나라의 일이 된다.
한국 상황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서유정 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국내 직장인의 협동이 취약한 이유에 대해 "직장 내에서 실적 경쟁이 심한 데다 부서를 넘어선 유연한 협업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사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직장 문화도 협동이 낮은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업무 협력의 기본은 친밀함 = 마이크로소프트는 워싱턴의 빌딩99를 설계할 당시 개방형 휴게실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사무실을 설계해 개발자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했다. MIT미디어랩은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직원들의 점심식사 자리를 즉석에서 주선해주는 터치스크린 형태의 '런치버튼'을 설계했다.
모르텐 한센 교수는 상호간의 지식 교류가 필요한 업무 협력에서 '친분 관계'가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신상품 개발 프로젝트의 경우 친분 관계가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본 결과 전자가 20~30%의 시간이 덜 걸린다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핵심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상당 부분이 말이나 문서로 잘 전달이 되지 않는 암묵적인 지식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친분 관계가 없던 경우에는 단어 하나에도 오해가 발생하기 쉬워 친분 관계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친밀함이 업무성과로 이어지려면 기다림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직무 이론의 대가인 리처드 핵맨 교수는 "사람들을 묶어서 팀이라는 조직을 만들어도 바로 팀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팀을 꾸린 후 시간이 흘러야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해서 알 수 있고, 타인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동료의 행동을 예측한 후 이에 맞게 반응하는 것은 팀이 유기적으로 굴러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조직원들의 관계가 숙성될 시간을 주지 않거나 무시해 버린다면 애초에 기대했던 협력의 효과를 얻기 힘들게 된다.
◆업무 협력을 유도하는 '자기학습' 평가 제도 도입 = 흔히 업무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평가보상제도를 집단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워싱턴 대학의 미셀 존슨 교수는 개인평가에서 집단평가로 기준을 바꾸면 구성원들은 어쩔 수 없이 상호 간에 협력을 하지만 업무의 질적인 수준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집단 평가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자기 학습'과 관련된 항목이다. 스탠포드 대학의 캐롤 드웩 교수는 평가 지표 중에서 자기 학습과 관련된 항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경우 구성원들은 동료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더 많은 탐색 활동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협력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두산그룹은 인사고과에 따른 승진 관행을 없애고, 소통 능력, 투명성, 혁신 마인드, 근성, 사업적 통찰력 등 45개 항목에 따른 주관적 평가를 도입했다. 개인과 집단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고, 개인의 주관적인 능력을 학습하는 쪽으로 평가지표를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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