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양손에 러시아·EU 쥐고 갸우뚱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우크라이나가 전폭적인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는 러시아와 반정부 시위대의 지지를 얻고 있는 유럽연합(EU)을 양 손에 쥐고 저울질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EU와의 포괄적 경제 협력 중단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대의 시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100억달러가 넘는 차관 제공이라는 카드들 꺼내들고 우크라이나의 환심을 사고 있다.
러시아의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대통령 보좌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은 외국의 차관 제공 없이는 경제적 안정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차관 지원 요청을 해오면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한 고위 관리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도록 차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면서 "17일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스크바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와 관련한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100억달러 이상의 차관을 제공할 경우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자금을 빌릴 때처럼 경제 개혁 및 구조조정을 동반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담이 한결 적어진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원하는대로 EU와 경협을 중단한 만큼 러시아가 조만간 천연가스 공급 가격도 깎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천연가스 사용량의 대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미콜라 아자로프 우크라이나 총리는 "유럽 국가들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가스를 가장 비싼 값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유럽 국가들이 내는 평균 수준으로 가격이 인하되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의 반정부 시위대들은 17일에 저녁에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가 EU와의 경협 협상을 완전히 접고 러시아 주도의 관세동맹에 동참할까봐 우려하며 시위를 확산하고 있다. 1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독립광장에 시위대 약 30만명이 운집한데 이어 17일 정상회담 동안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EU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권 경제통합체인 관세동맹에 참여하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막아내고 EU와의 협상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어떠한 이유로 EU와의 협력 협정 체결을 연기했는지 알고 있다"면서 "EU와 국제금융기구, 민간 부문 지원을 총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우크라이나와 협력 협정을 체결하는 대가로 EU가 직접 키예프에 경제적 보상을 하거나 국제금융기관의 차관 제공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으로 과거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지원 요구에 강경하게 대응했던 EU의 태도가 한풀 꺾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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