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터넷에는 ‘또 다시 죽음 앞에 내몰린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길고양이들을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겨울 길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해 이 아파트 74동 지하실에 숨어 살자 일부 주민들이 길고양이들이 드나들 수 있는 지하실 통로를 폐쇄했다. 결국 지하실에 있던 고양이들 수십마리가 먹이를 구하러 나가지 못하고 갇혀 굶어죽은 채 지난 6월 발견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청과 강남구청은 향후 통로 폐쇄 여부를 주민들의 합의 결과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현재 양쪽의 의견을 듣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할 지는 주민들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며 '주민과의 공존'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압구정동뿐만 아니라 여러 아파트 단지에서 길고양이가 머물 수 있는 집과 먹이를 두고 있지만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은 “고양이 개체수가 더 늘어날 뿐이며 길고양이는 법적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며 대립하고 있다.
박소현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길고양이는 법적 보호대상이라 학대할 수는 없지만 유기동물도, 야생동물도 아니기 때문에 위험에 처하면 치료 등을 할 구체적인 법 조항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길고양이는 애완용으로 길러지다 유기된 경우가 아니라면 쥐를 잡아 먹으며 사람의 보호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긴 해도 지나친 개입은 인간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경계심을 낮춰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진경 카라 ㈔동물보호시민단체 이사는 "서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것만이 이러한 문제를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라며 "길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길고양이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시청과 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길고양이도 동물보호법상 보호 대상이라는 점과 중성화수술을 통해 개체 수 조절을 하고 있다는 점, 길고양이들이 쥐의 급격한 번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을 분명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하실이 아닌 다른 곳에 살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등 대안 제시를 통해 적극적으로 주민들이 합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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