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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생활경제]②임대차관련 분쟁 판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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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대부분이 세입자…소송까지 가도 구제 어려운 경우 많아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최근 몇 년 새 집값 하락으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후순위권자인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임대차계약의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피해자는 대부분 가진 돈에 맞는 집을 찾아 옮겨 다니는 세입자들이라서 그 피해가 더욱 크다.
  
A씨는 2009년 4월 경남 진주시의 한 빌라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와 보증금 6000만원에 덜컥 계약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2011년 6월 빌라가 법원의 임의경매개시 결정에 따라 매각되면서 배당금 7900여만원 중 4200여만원이 1순위 근저당권자였던 국민은행에 배당되고 자신의 몫으로는 3700여만원밖에 남지 않았던 것이다. 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게 된 그는 "사전에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공인중개사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의 유성혜 판사는 "B씨가 시세와 은행대출금, 채권최고액에 비춰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없는 위험성에 대해 고지하지 않고 오히려 집주인은 재산이 많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 신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개인의 과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판단을 소홀히 한 책임의 65%는 계약당사자인 A씨에게 있다며 중개인에게는 손해액의 35%인 800여만원만 배상하라고 판결해 A씨는 1500만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김학환 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연구소 정책연구고문은 "최근 위험방지조치 의무를 위반해 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과실책임의 100%를 인정하는 것은 아닌 만큼 세입자는 주의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4월 30일부터 개별주택가격도 공시되므로 객관적인 자료 등을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등의 피해를 입는 임차인들을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가입요건이 까다로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집주인이 대출받은 액수와 전세금을 합친 금액이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의 90%, 단독ㆍ연립주택의 경우 70~80%를 넘지 않아야 가입이 가능한데 전세값이 고공행진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제도라는 것이다.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의 경우 피해를 완전복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실정이다. 서울서부지법 이동욱 판사는 임차보증금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기소된 C씨에 대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C씨는 서울 은평구에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받으면 담보대출금 3억8400만원 중 일부를 갚고 선순위 근저당권을 2억5000만원만 설정할 것이니 근저당권 설정 이후에 전입신고를 해달라"고 거짓말했다. 그러나 계약 후 C씨는 대출금을 갚기는커녕 채권최고액인 4억6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재판부는 "임의경매가 개시돼 임차인이 9200만원 상당을 돌려받지 못했음에도 C씨가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징역형을 내렸다. 집주인에게 형사처벌이 내려지고 배상책임을 지우는 민사판결이 나와도 갚을 돈이 없다면 보증금을 찾을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김학환 고문은 "보증금 반환보증제도가 보다 확대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매가 아니더라도 집주인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임대보증금을 제때 반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보증금 지연'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임차인이 감당하게 된다. 대구에서 보증금 2500만원에 전세로 살고 있던 D씨는 전세계약기간이 끝난 지 2년여가 지나도록 이사를 하지 못했다. 전세계약 기간이 끝났음에도 집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며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서부지법 권성우 판사는 집주인에게 "전세권설정등기를 말소함과 동시에 D씨에게 2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면서 강제집행 조건을 달았다.
  
법률구조공단 주재남 변호사는 "임대보증금 반환사건은 피해자가 임차인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새로 들어올 사람을 구해야 돈을 내줄 수 있다고 버티는 바람에 결국 답답한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러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주 변호사는 이때 "소송이 가장 현명한 대처방법"이라며 "집이 경매로 검어가길 원하는 집주인은 없기 때문에 판결이 나면 대개 즉시 배상이 이뤄진다"고 조언했다. 그는 "보통 피해자들은 소송제기와 동시에 판결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지만 재판절차가 최소 3개월은 걸린다는 걸 알아야 한다"면서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판결이 날 때까지 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과정에 집주인이 '집 훼손' 이유로 보증금 전부의 반환을 거부하면서 조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많다. 주 변호사는 "대개의 경우 집주인이 집 훼손 문제를 들고 나오면 돈을 받아야 할 입장에 있는 임차인은 일부 손해를 보고서라도 조정에 합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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