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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메신저]100년만의 귀향, 양산 부부총 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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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유물전시관(경남 양산시 북정로 78)에서 특별한 유물전시회(2013년 10월15일~2014년 1월12일)가 열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마련한 '귀향유물'의 전시회라 가슴 뿌듯함도 있으나, '남의 나라 소유가 되어있는' 우리의 유물들이라 착잡함도 느껴진다.

이야기는 한일 합방 후 일본이 조선의 침략과 지배를 역사적으로 정당화할 명분을 세우기에 급급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위 임나일본부설(왜가 4세기 중엽에 가야지역을 정벌해 임나일본부라는 통치기관을 설치하고 6세기 중엽까지 한반도 남부를 경영했다는 설)을 주장하며 그 증거를 찾는다는 명분하에 일본인들은 가야지역 고분들을 마구 파헤쳤다. 이것들 가운데 1920년 발굴된 고분이 '양산 부부총'(사적 제 93호)이다. 부부로 추정되는 유해가 나란히 매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서 금동관을 비롯 장신구와 철기, 마구, 토기 등 489점의 신라 유물이 출토 되었으나, 전량 일본으로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이 유물들은 1965년 한일협정 때, 일본에 양보하겠다고 공식 승인 해버려 사실상 반환이 어려운 운명이 되고 말았다.
일본으로 건너 간 부부총 유물들은 대부분 단 한번도 전시되지 않고 수장고에 그냥 방치되어 있었다. 양산 유물전시관(관장 신용철)의 노력으로 이번에 고향에서 처음 빛을 보게 되었다. 고맙고 다행스럽다.

양산 부부총의 유물들 가운데 특별히 관심을 끄는 것은 은제 과대다. 과대란 금속으로 된 과판을 붙여 장식한 허리띠를 가리킨다. 과대에는 그물, 물고기, 가지, 약병(?), 족집게형 등등과 칼을 갈 때 사용되었음직한 숫돌 등의 요패가 장식되어 있다.

그 시원은 고대 스키타이 문명으로 일찍이 유목민들이 생활필수품들을 대에 묶고 다녔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농경생활이 정착되자 과대는 금이나 은 같은 것을 사용하여 계급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왕족을 비롯한 상류계층의 부장품이 되면서 더욱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품이 되었을 것이다. 그 때문일까. 신라 왕족의 무덤에서는 대부분금으로 된 과대가 출토되었다. 금관총, 천마총, 서봉총 등등에서 출토된 금제 요대에 비하면 요패의 수도 적고 조촐하지만, 양산리 부부총에서도 주인과 부인의 것으로 보이는 과대에 남편의 요패는 6조, 부인 것은 5조나 달린 것이 출토되었다. 바로 그 유물들이 고향을 '방문'한 것이다. 우리의 요대는 특별히 아름답기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요대가 언제까지 존재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조선시대에 크게 유행하였던 노리개가 일찍이 우리조상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허리띠에 늘이던 그 요패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3개월이 지나면 이 귀한 유물들은 고향을 등지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운이 좋으면 동경박물관에서 보겠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수장고에 보관된 채로 평생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아쉬운 일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 귀중한 유물을 보아두는 일이다. 그 귀중한 유물들을 양보해버린 1965년의 한일 협정의 의미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 유물들의 영구 귀국도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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