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무어 "무게: 어느 은둔자의 고백"…외로움을 듣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미국 작가 리즈 무어는 음악가이며 교수다. 지난해 출간한 두 번째 소설 '무게 : 어느 은둔자의 고백'은 절제된 문체를 보여주며 마치 한 편의 악보처럼 유려하게 쓰여진 작품이다. 현재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으며, 홀리패밀리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며 창조적인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매일 밤 나는 내일은 달라지고 새로워질 거라고, 좀 나아질 거라고,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어쩌면 내일은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하거나, 아니면 예전에 카탈로그를 보고 주문했던 그 뭣 같은 먼지투성이 스텝머신을 침대 밑에서 꺼낸 다음 몸에 딱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은 전문가가 텔레비전에서 하던 동작을 따라해 보겠다고.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매일 밤 침대에서 똑같은 다짐을 반복한다. 두 손을 배 위로는 모아 쥘 수 없기 때문에 ? 침대에 누우면 배가 양옆으로 퍼지면서 퀸 사이즈 침대 가장자리까지 닿으려 한다 ? 가슴 높이에 놓고서 내가 아주 조그마한 아서였을 때부터 기도했던 그 신에게 기도한다. 나의 신은 수염이 하얗고 눈이 반짝거리고 쾌활한 것이 산타클로스와 비슷해 보인다. 내 기도는 매일 밤 똑같다. 이런 식이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어릴 적 종교 수업 시간에 모든 기도는 이렇게 시작하는 거라고 배웠다 ? 내일은 제대로 먹게 해주세요. 건강하고 착하게 살게 해주세요. 살을 빼게 해주세요.” 언젠가 집 밖으로 나가겠다는 결심을 아직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도가 끝나면 십자가를 긋고, 코로 깊이 숨을 쉰 다음, 가보았거나 늘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마음이 떠돌게 둔다. 샬린 터너가 내게 전화하기 전, 욜란다를 만나기 전인 10월의 나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사람이다. " <본문 중에서>
이 소설은 가을에 꽤 어울릴법하다. 타인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수줍음과 외로움으로 스스로 커튼을 친 연약한 세 인물, 아서, 켈, 샬린이 있다. 아서, 샬린, 켈 모두 가족에 대한 결핍, 외로움, 고독을 피하기 위해 음식, 술, 야구 등을 탐닉한다.
하지만 진짜 가족 관계에 있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연결돼 위로가 됨으로써 그 중독을 이겨낼 거라는 희망을 보여준다. 소설은 아서와 켈의 교차되는 독백으로 이어지며, 샬린은 그 사이에서 아서와 켈이라는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연결하고 있다.
즉 주인공들은 파편화돼 있으면서도 서로 보듬고 얽혀야 하는 미국적 현실을 반영하는 인간형이다. 너무도 쉽게 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안으로 숨어들고, 어둠에 파묻혀 사는 주인공들의 삶은 쉽게 공감할만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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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기 밖의 세상과 충돌할 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주변에 쌓아두는 보호막, 예컨데 음식, 운동이나 낭만적인 사랑 등에 집착을 보인다. 사실 서로 연결되기 어려운 사람들이 커넥션을 이룸으로써 독창적인 조합과 울림을 만들어 간다.<문예출판사 출간/이순영 옮김/값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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