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박용만 두산 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의 유동성 위기설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와 만나 항간에서 제기되는 두산 그룹 위기설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이 차입금 증가로 유동성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답하며 손사래를 쳤다. 박 회장이 두산 그룹의 위기설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지난달 24일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주력 계열사의 M&A 등에 따른 투자가 두산그룹의 재무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두산그룹은 최근 10여년간 12건에 이르는 M&A를 통해 계열사 수를 지난해 말 기준 25개로 늘렸다. 한기평은 이에 대해 "그룹의 외형적인 성장을 가져다준 M&A 전략은 사업 환경이 우호적일 때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수요시장 위축 등 업황이 부진한 최근에는 차입금ㆍ이자비용 증가와 영업외 자금소요 등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벌닷컴도 지난 1일 국내 30대 대기업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을 발표하면서 두산그룹도 적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했다. 두산그룹의 부채비율은 189%로, 금호그룹(265%), 동부그룹(259%), STX그룹(256%), 효성그룹(188%) 등과 함께 부채비율이 높다.
계열사 리스크도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어려웠던 두산건설 의 재무구조가 점차 개선됐다"면서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넘겨받은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의 매출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수익성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두산에너빌리티 의 해외 업체 M&A 무산은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시장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최근까지 추진하던 이탈리아 발전용 가스터빈업체인 안살도에네르기아 인수전과 관련해 차입금 증가로 재무구조가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두산의 인수전이 무산되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실제 두산중공업 인수 무산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산중공업 주가는 상승세를 탔다. 최근 동양 사태로 기업 유동성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두산의 안살도 인수가 재무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불식됐기 때문이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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