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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감독 "우리가 이성애자보다 행복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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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김조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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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해피엔딩 영화를 통해 '행복한 동성애자'를 보여주고 싶었다."

김조광수 감독(청년필름 대표)은 26일 출판사 '작은책'의 주최로 서울 서교동에서 열린 '퀴어(Queer) 영화로 본 성소수자'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2시간 동안 시종일관 위트 있는 말투와 몸짓으로 동성애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냈다. 퀴어 영화는 동성애를 소재나 주제로 담은 영화를 말한다.
그는 "영화 '왕의 남자' 속 공길은 누가 봐도 동성애자이며, 장생과 동성애적인 관계가 있고 연산군과 연결하면 삼각관계"라며 "외국에서 보면 당연히 퀴어 영화지만 감독이 '퀴어 영화를 만든 게 아니다'고 했기 때문에 그렇게 분류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왕의 남자'를 퀴어 영화로 내놓았다면 천만 관객이 보진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조 감독은 퀴어적인 관점에서 영화를 보면 동성 간의 끈끈한 우정을 담은 영화도 퀴어 영화로 색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고전인 '벤허'나 국내작 '의형제' '코리아' 등에서 주인공들이 국경과 신분을 초월해 사랑의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가 똑같은 '사람'이고, 동질적인 '사랑'을 한다는 면에선 같지만 문화적으로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차이점을 대중에게 보여줌으로써 이해의 폭을 넓히고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도 줄여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를 완전히 받아들이기 힘들 듯 동성애자도 이성애자를 100% 이해하긴 힘들다"며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를 좋아하는 남자 주인공을 게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훨씬 괜찮은 납득이가 옆에 있는데 말이다"라고 빗대어 설명해 좌중을 웃음 짓게 했다.

김조 감독은 자신이 제작한 영화가 주로 해피엔딩인 이유를 밝히며, 국내의 퀴어 영화는 대부분 무겁고 진지해서 결과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온정주의적인 시선을 불러일으키는 점이 불만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도 행복하다. 살기 불편한 구석은 분명히 있지만 자신을 긍정하며 살아가는 동성애자들은 이성애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실 속에서 '행복한 동성애자'로 살기 위해선 자신에 대해 긍정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게 김조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았을 때 이성애자들은 겪지 않는 과정을 경험하며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등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는다"며 "이 과정을 잘 거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뭘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를 볼 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다른 (퀴어적) 시각을 가졌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라며 "자신을 긍정한다면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이성애자보다 훨씬 더 앞서 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동성애자가 가진 축복"이라고 전했다.

김조 감독은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평범한 것도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이를테면 가족, 친구들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받아들여 줄 때 행복해진다"며 "그 밖에 이성애자들은 느끼지 못하는 행복감을 여러 번 느낄 수 있다. 자신을 긍정하는 순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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