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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스토리 인물史]측천무후 시대의 명재상, 적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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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박종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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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인걸(狄仁傑, 630∼700)은 당 고종과 측천무후 시대의 명신이다. 측천무후가 세운 무주 시대의 명재상으로 뛰어난 경륜과 인품으로 국로(國老)로 존경받았다.

고종 때 과거에 급제하여 공직의 길에 들어섰다.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대리승에 취임하여 그릇된 판결이나 억울한 피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하였다.
측천무후가 무주 왕조를 세우자 재상이 되어 10년간 그녀의 각별한 신임을 받으며 국정을 과감히 쇄신하여 당 태종의 정관의 치에 버금가는 무주의 치(武周之治)를 이끌었다.

재상에 취임한 적인걸은 황제에게 건의해 조정을 공포와 불신으로 몰아넣은 혹리(酷吏) 정치를 종식시켰다. 무측천은 추사원을 설치하여 내준신, 색원례, 주흥 등 혹리를 동원하여 통치에 반대하거나 반란이 우려되는 종친과 귀족들을 가혹히 처벌하였다.

많은 사람이 참혹한 형벌로 죽었으며 많은 집안이 역모 혐의를 뒤집어쓰고 몰락하였다. 그는 혹리들을 몰아내고 법치를 회복하였고 관리들이 소신껏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내각을 통솔하였다.
그는 종래의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과거제도를 적극 추진하였다. 690년 전시(殿試) 제도를 시행하여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인재들이 응시토록 하였다.스스로를 추천하는 자거(自擧) 제도를 통해 신분에 상관없이 인재를 발탁하였고, 유능한 무관을 선발하는 무거, 특별한 재능 있는 사람을 뽑는 제과, 관리의 소질을 보증하도록 한 시관 제도 등을 시행하였다. 이를 통해 유능한 인재가 조정에 속속 출사하였고 당 왕조의 뛰어난 관료체제가 정착되었다. 뒷날 우ㆍ이(牛ㆍ李) 당쟁으로 불리는 신ㆍ구세력의 대립도 이와 같은 새로운 정치질서가 낳은 역사적 산물이다.

그는 무황제를 도와 국경을 안정시키는데 진력하였다. 자영 농민이 군대의 주축이 되는 부병제를 계승 발전시켰으며 군사력 비축과 유능한 장수 확보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691년 돌궐에게 20년 넘게 침범당한 안서사진을 수복하여 서부 진영을 튼튼히 하였으며 돌궐의 하북성 침공을 잘 방어하여 중원 지방의 안정을 도모하였다.

무엇보다도 적인걸의 가장 큰 업적은 무황제를 설득하여 폐위된 중종 이현을 다시 황태자로 불러들여 당 왕조 부활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무황제는 말년에 접어들자 무씨 집안이 자신의 뒤를 잇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전해지는 얘기에 의하면 하루는 무측천이 꿈속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마음껏 날던 큰 앵무새가 비명을 지르면서 땅에 떨어져 죽는 광경을 보게 된다.

다음날 적인걸에게 꿈의 해몽을 요구하자, 그는 "앵무새의 무 자는 폐하의 성씨입니다. 부러진 두 날개는 폐하의 두 아들을 의미합니다. 날개가 부러져서 날 수 없으니 폐하가 두 왕을 등용하여야 날개가 회복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답하였다. 적인걸은 조카가 고모의 후사가 되어 제사를 모신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며 무씨 집안의 승계를 강력히 반대하였다. 무황제는 이에 마음을 돌려 폐위된 아들 이현을 다시 황태자로 불러들였다.

후일 이씨 종친들이 대거 복권되는 중종의 복벽은 아마도 적인걸의 목숨을 건 건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적인걸은 자신의 사후 당 왕조 부흥에 대비하여 장간지, 요숭, 송경, 환인범 등 충성스런 중신들을 다수 키워 조정 곳곳에 배치하였다. 705년 무측천을 끌어내린 궁중 쿠데타도 이러한 주도면밀한 준비가 없었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었다.

적인걸이야말로 당 왕조의 충신이었다. 수도 낙양 백마사 주변에 있는 그의 묘지에는 "위대한 당의 재상 적인걸의 무덤"이라는 묘패가 세워져 있다.

그가 죽자 무황제는 문혜라는 시호를 내렸고 그 뒤 예종 때 양국공에 봉해졌다. 그가 없었다면 당 왕조의 부흥은 어려웠을 것이고 중국 역사의 물줄기도 바뀌었을 것이다.

박 종 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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