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 한편, 발레리나 한 사람이 마룻바닥에 앉았다. 접시 모양의 분홍빛 '튀튀'가 둥글게 펼쳐져 고혹적인 자태를 내비쳤다. 그러자 발레리나는 천천히 토슈즈에 달린 리본을 발목에 감아 매듭을 짓고 나서 다시 다른 발에도 같은 동작을 이어갔다. 발레리나의 퍼포먼스는 마치 의식을 치루는 양 경건하고 숙연해 보였다. 토슈즈를 신은 발레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들어 허공을 휘저었다가 앞으로 뻗기도 하고, 가볍게 점프하며 몸을 풀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발레 연습 장면이다. 무대 위의 작품에는 수많은 땀과 열정, 반복된 연습이 배어 있다. 모든 공연은 작품 탄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으레 리허설을 하게 된다. 리허설은 최종 예행연습이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 작품 조율뿐만 아니라 음향, 조명, 의상, 소품, 무대 장치 등 모든 분야에서 최종 점검이 이뤄진다.

28일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예술꿈나무들에게 발레동작 및 예절 등을 가르치고 있다. 국립발레단은 이 행사와 더불어 리허설 공개 및 백스테이지 투어를 실시했다.

28일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예술꿈나무들에게 발레동작 및 예절 등을 가르치고 있다. 국립발레단은 이 행사와 더불어 리허설 공개 및 백스테이지 투어를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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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리허설은 어느 무대보다 더 생동감이 넘친다. 또한 흥미진진하다. 리허설은 일반 관람객이 볼 수 있는 공연은 아니다. 하지만 무대 위의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이미 유럽 등에서는 리허설 공개가 낯설지 않은 관람 형태다. 점차 리허설뿐만 아니라 작품 제작과정 등으로 공개를 넓혀가는 추세다. 그래서 리허설이나 공연 전 연습장을 찾는 마니아들이 형성돼 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베일에 싸인 작품을 미리 본다는 것은 굉장한 즐거움일 수 있다. 28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국립발레단이 '돈키호테' 본공연에 앞서 리허설 및 연습과정을 올해 처음 공개했다. 공연 후 '백 스테이지'도 펼쳐져 관객과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즐겁게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리허설에 초청된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부설 예술영재교육연구원 예술영재캠프 참가자 및 예술꽃씨앗학교(수남학교)의 예술꿈나무 40여명이다.


그동안 리허설 공개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국립예술기관에서 간혹 리허설을 공개했다. 기회가 워낙 한정적이어서 일반인은 관람 기회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쳤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해 예술의 전당이 처음 리허설 공개를 실시,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면서 올해 리허설 공개가 대폭 늘어난다. 모두 공연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직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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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극장 국립창극단의 '서편제'의 무대 제작과정, 국립오페라단의 '파르지팔' '라보엠', 국립발레단의 '롤랑프티의 밤' 등 국악, 연극, 클래식,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 45개 작품이 리허설 공개가 예정돼 있다. 이와 더불어 예술의전당은 하반기 공연이 결정된 127개의 민간공연단체와 리허설 공개를 협의 중에 있다. 다음 달 초에는 일정이 나올 전망이다.

올해 국립 발레단 '돈키호테'리허설 공개가 28일 진행됐다.  하반기 예술의 전당 및 다른 국립예술기관들도 리허설 공개를 준비중이다

올해 국립 발레단 '돈키호테'리허설 공개가 28일 진행됐다. 하반기 예술의 전당 및 다른 국립예술기관들도 리허설 공개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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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립중앙극장, 국립국악원, 예술의전당, 한국공연예술센터, 명동예술극장, 정동극장 등 6개 국립공연장과 국립극단,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등 7개 국립예술단체의 협력을 통해 리허설 공개를 늘려가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리허설 공개는 연습과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관람 인원을 제한해 무료로 제공된다. 원칙적으로 만 24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1인 1매 선착순이다. 이들 단체는 공연별로 공연의 성격 및 객석 규모 등을 감안해 공개리허설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람 인원, 참여 대상 및 공개 범위를 조정해 일반인의 관람을 허용할 방침이다.


국립예술기관 공개 리허설 통합 일정은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 월 단위로 지속적으로 게시될 예정이며 신청방법 등 자세한 사항은 해당 공연장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연 리허설은 해당 공연단체와의 일정 조율 과정에서 변동될 가능성이 크므로 공연 1~2주일 전에 확정된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정훈 문화체육관광부 공연전통예술과장은 "외국에서는 리허설 일반 공개가 자리 잡아가는 추세"라며 "베일에 가려지고 신비롭기조차 한 제작과정 등도 공개해 공연 마니아의 욕구에도 부응하고 예술 창작 지망생들의 학습 효과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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