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친일파들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세력의 논리는 대체로 몇가지로 요약된다. "그땐 누구나 다 그랬다"는 것이 첫번째다. 일제 시기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일들을 갖고 친일로 매도한다면, 당시 3500만 한민족이 거의 대부분 '친일파'라야 한다는 논리다.
세번째는 "친일파를 문제삼는 건 북한의 논리"라며 '종북 좌파'로 매도하는 것이다. 이 논리를 주장하는 이들은 북한이 친일파들이 참여해 탄생한 남한 정부의 정통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과 엮어 친일파 청산 주장을 북한에 동조하는 행위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 같은 논리는 '일간베스트' 등에서 널리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들어 극에 달하고 있다. 예전엔 그래도 대놓고 친일파를 옹호하는 이들이 없었지만, 이젠 공공연히 '친일파면 어떻다고?'라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선, 그땐 누구나 다 그랬다고?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르다 죽어간 수많은 애국지사와 알게 모르게 반일 투쟁을 벌여 온 이름없는 민초들이 들으면 통곡을 할 얘기다. 일제 시대에 살았다고 3500만 한민족이 다 친일파였다면, 60~80년대 군사독재시절에 살았던 시민들은 다 군사독재세력이라는 말인가? 더군다나 2004년 제정된 친일파청산특별법 등에 의해 '친일파'로 규정된 사람은 '특별한' 사람들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제의 고위 관직ㆍ군 장교 등의 자리에 올라가는 등 '간과 쓸개를 다 빼놓고' 일제에 충성을 바쳤던 이들이다.
공과를 구분하자는 논리를 들이대는 자에게는 먼저 자신의 친일에 대한 고백과 반성이 먼저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용서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회개하는 자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자신의 친일 행위를 감추는 데 급급해 어떤 반성과 사과도 내놓지 않은 이들에게 용서란 말은 가당치 않다. 자신들의 친일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 적이 없는 이들이 있는 한 친일 청산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마지막으로, 친일파 청산을 주장하면 '종북 좌파'로 매도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북한이 숨을 쉰다고 따라 숨을 쉬면 그것도 친북이요 종북 좌파라고 할 것인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이념을 넘어서는 것이다. 친일 청산에 왜 종북이며 좌파라는 공격을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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