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핸드백 담보 대출 유행
구찌,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핸드백은 90분 안에 현금 대출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명품 핸드백 맡기고 현금 빌려 가세요." 명품 브랜드의 천국 홍콩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문구다.
세금이 붙지 않아 신상 명품 브랜드 제품의 소비가 많은 홍콩에서 핸드백을 담보로 현금을 빌려주는 대출 사업이 떠오르는 인기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핸드백 담보 대출 사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예스 레이디 파이낸스(Yes Lady Finance Co)는 고가의 핸드백을 보유하고 있는 여성들이 주요 고객이다. 구찌,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핸드백을 가지고 있는 여성은 30분 안에 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가끔은 프라다까지도 담도로 인정해준다.
전문 감정사가 가방의 브랜드, 보관 상태 등에 따라 등급을 매기면 대출 가능 금액이 결정된다. 가방 가치의 최대 80% 까지 대출해준다. 월 이자 4%를 내고 4개월 안에 대출금을 갚으면 가방은 되찾아 올 수 있다. 예스 레이디 파이낸스가 최근 담보로 맡은 가방은 고가를 자랑하는 에르메스 브랜드의 버킨 백이다. 가방을 두고 간 고객에게 2만600홍콩달러(약 296만원)를 빌려줬다.
고객들이 굳이 싼 이자에 돈을 빌려주는 은행을 마다하고 핸드백 담보대출을 이용하는 이유는 쉽고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개인 정보도 제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돈이 많아 명품을 많이 구매했지만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묶여 급전이 필요한 여성들이 신분증만 보여주면 되는 간단한 절차를 밟고 핸드백 담보대출을 애용한다.
핸드백 담보대출을 자주 이용하는 30대 주부 매기 웡씨는 "주식과 적금에 돈이 묶여 있어 아이 학원비랑 생활비 일부를 빌려야 하는데 은행에 가서 복잡한 절차를 밟는게 싫다"면서 "지난해에도 구찌,루이뷔통 브랜드 가방 3개를 담보로 1290달러를 빌려갔는데 대출금을 갚고 가방도 찾아왔다"고 말했다.
회사원 앤젤 얌씨는 돈을 못갚으면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은행 보다 그냥 가방만 포기하면 되는 핸드백 담보대출이 덜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끔 대출을 받아 여행을 가거나 주식 투자를 하곤 한다"면서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핸드백 40개 정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맡긴 핸드백을 꼭 찾아와야 한다는 부담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금융 허브'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대출 기관이 즐비한 홍콩에서 핸드백 담보 대출 사업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에는 틈새 시장을 공략한 영향도 크다. 홍콩에는 200개의 허가 받은 전당포와 900개가 넘는 비은행권 대출기관이 존재한다. 보통 전당포는 서민들이 시계, 보석, 자동차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급전을 빌리지만 핸드백 담보 대출은 돈 많은 여성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홍콩은 명품 브랜드 핸드백의 천국이다. 세금이 붙지 않아 현지인은 물론 해외 여행객들도 홍콩에서 가방을 사는 것에 관대하다. 중고 명품 유통ㆍ판매업체인 밀란스테이션은 홍콩에서 명품 브랜드 핸드백 매출이 2014년 4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