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정부의 조세정책을 보면서 “관료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입을 닫고 있고 국민의 말에는 귀를 닫고 있지 않나” 고 우려해 왔다.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지고 조세재정정책을 지켜왔던 관료조직을 고려하면 너무 지나친 걱정이란 생각도 한편으론 했다. 그런데 우려가 사실이라는 증거가 뚜렸이 드러났다. 세법개정안에 대한 청와대 조원동수석의 해명브리핑은 구절 구절 대통령에 대한 충성과 국민을 교육대상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사실상 증세’라는 지적에 대해 “증세는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것으로, 명시적인 의미에서 분명히 증세는 아니다”고 말했다. “증세없다‘는 대통령의 말을 형식적으로 지키기 위해 ’증세를 당해 뿔이 난‘ 국민들에게 ’증세 아닌데 잘 못 알고 있는 것이다‘고 설득한 셈이다. 조수석은 한걸음 더나가 “세상에 없던 증세가 아니고, 세제를 창의적으로 개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비판받을 사항이 아니라 창조경제라는 박대통령의 국정과제에 부합한다는 점을 은근히 과시했다.

조수석은 ‘세금을 걷는 것은 거위에게서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뽑는 것’이라는 프랑스 루이 14세의 재무상 콜베르의 말를 인용했다. 급여생활자의 세금부담을 조금씩 늘린 것은 세정원칙에도 맞고 창의적인 것이라고 정당화했다. 콜베르는 17-18세기 사람이다. “대표없이 세금없다”며 영국의 조세정책에 반발해 일어난 미국 독립전쟁 이전의 프랑스에서 전제군주를 모시며 조세정책을 담당했다. 21세기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주권자인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비유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루이14세의 후계자인 루이16세때 세금,예산 폭정으로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났고 그 한참이후의 민주세계에 대한민국 국민들이 살고 있다.


조수석이 공식석상에서 입을 열었기 때문에 예로 들었지만 이번 조세파동을 둘러싼 기재부고위관료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세율 인상이나 세목신설없이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키 위해 나름 애를 쓰고 종교인과세, 근로장려세제 확대등 조세형평성제고에도 힘을 기울였는데 예기치 못한 조세저항을 불렀다고 당황해 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을 거슬러 가면 관료집단 모두가 '자기설득의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국과장급의 많은 관료들이 복지수요확대에 따른 증세의 불가피성을 공감하고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또 세법개정안에서 사회적공갇대 형성을 통한 증세(세목신설 세율인상)의 필요성을 은근히 제기했다. 증세는 해야하지만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는 틀속에서 일을 하다보니 그속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의 안을 만들어 내고 만족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귀와 눈이 국민을 보지않고 대통령을 보다보니 국민들 눈에는 영 납득치 못할 결과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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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초 조수석은 12조원의 국채발행을 포함한 추경예산을 조속히 편성해 달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예산이 바닥나는 '재정절벽'이 올 것이라고 정치권을 압박했다. 평소의 본인의 지론과는 전혀 다른 얘기였다. 조주석이 조세연구원장 시절인 2011년 편찬한 '한국의 재정 60년 건전재정의 길'이란 책이있다. 이책 11쪽에는 "우리나라는 부득이 세출을 늘려야 하는 여건에서도 국공채를 발행하여 손쉬운 방법으로 재원을 조달하지 않고 가능한 세수증대를 통해 이를 해결하였다"고 우리나라 재정의 역할을 자랑했다.


조수석은 박대통령에게 이 책에 나온대로 얘기를 했어야 했다. 또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고 국민적공감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설득했어야 한다. 이런 주장이 나무에게 고기를 구하는 불가능한 주장일 수 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입만 보고 국민들의 말에는 귀를 닫는다면 이번 같은 정책파동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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