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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엘리슨, 앙숙 MS에 손내민 IT업계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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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지난 수십년 동안 데이터베이스(DB)와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로 정보기술(IT) 업계 경쟁사들을 무참히 공격해온 오라클과 래리 엘리슨 최고경영자(CEOㆍ69ㆍ사진)가 위기에 몰렸다.

오라클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실적 부진 영향으로 주가가 9.26% 급락하는 소동을 겪었다. 이에 배당금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투매는 막을 수 없었다.
위기상황에서 엘리슨은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다. 오랫동안 눈엣가시처럼 여겨온 마이크로소프트(MS)는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에서 서로 경쟁 중인 세일즈포스닷컴과도 손잡겠다고 밝힌 것이다.

엘리슨의 변심은 놀라운 것이다. 그는 경쟁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지금의 오라클 제국을 일궈냈다. 그 결과 인포믹스, 사이베이스 등 DB 부문에서 오라클과 경쟁했던 기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오라클은 독일 SAP보다 ERP 부문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특유의 공격적 영업으로 성공을 거뒀다. 오라클은 차세대 컴퓨터 언어인 '자바' 개발 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사들이고 구글과 특허 전쟁도 치렀다. 이외에 많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경쟁사를 흡수해 IT 업계에서 블랙홀 같은 존재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오랫동안 부침 없이 IT 업계 대표 주자로 뛰었던 오라클의 엘리슨이 위기를 협력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나선 것이다. 위기의 원인은 간단하다. 최근 IT 업계의 주류로 떠오른 클라우드 컴퓨팅을 무시한 결과다.

엘리슨은 2008년 투자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 '미친 짓'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만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외면한 그의 판단이 '미친 짓'이었다는 게 판명났다.

오라클은 컴퓨터에 각각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주고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징수해왔다. 중앙 서버 한 대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저렴하게 빌려쓰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상반된 정책이다. 오라클 단골들도 비용절감을 이유로 오라클에 등돌리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오라클의 지난 3~5월 순이익은 39억달러(약 4조4440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 늘었으나 매출은 109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월스트리트 전망치에 1억7000만달러나 모자란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오라클이 예상치에 못 미치는 분기 실적을 내놓은 것은 10여년만의 일이다. 투자자들이 당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오라클 주식의 목표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엘리슨이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오라클이 클라우드 부문에 진출해도 오라클의 성장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제공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맛을 본 고객들이 늘어 오라클은 과거와 달리 시장을 지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외신들은 요트광인 엘리슨이 요트대회 '아메리카스컵' 개최에 열올리면서 어떻게 오라클에 닥친 위기를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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