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달러 대서양 횡단 티켓 약속 못지킨 CEO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유럽 최대 저가 항공사인 아일랜드의 라이언항공은 올해 들어 통큰 항공기 구매 계획으로 화제를 모았다. 미국 보잉으로부터 737-800 여객기 175대나 사들이는 유럽 항공사로서는 최대 규모의 주문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56억달러(약 17조9556억원)에 이른다.
라이언의 마이클 올리어리 최고경영자(CEOㆍ52ㆍ사진)는 새로 사들인 여객기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오는 2018년까지 400대 항공기로 승객을 20% 이상 더 확보하고 현 시가총액 86억5000만유로(약 12조7776억원)를 두 배로 끌어올릴 생각이다.
올리어리가 몇 년 안에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말은 쏙 들어갔다. 그는 "앞으로 5년 안에 항공산업체서 매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자기가 "지금 떠날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들과 비교하면 라이언의 실적은 매우 양호하다. 2008년 이후 라이언의 주가가 114% 오른 반면 유럽 최대 항공사 에어프랑스-KLM은 63%나 빠져 대조적이다.
라이언은 유럽을 중심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급성장해왔다. 최소 인력으로 인건비 부담을 덜고 항공기에 더 많은 승객이 탈 수 있도록 좌석을 늘렸다. 각종 추가 요금으로 수익을 끌어올리는 올리어리의 경영전략은 성공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올리어리가 갖고 있는 비전의 정수는 10달러에 대서양을 횡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2008년 기자회견 중 이처럼 다소 황당한 비전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심지어 13달러만 내면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계획의 실현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올리어리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 TV에 출연해 "불행히도 제대로 된 장거리 전용 항공기가 없다"며 자기가 공언한 10달러짜리 대서양 횡단 비행편이 나오지 않은 이유를 둘러댔다.
한꺼번에 많은 여행객을 실어나를 초대형 항공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난을 비켜가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과거 경험도 올리어리의 발언이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준다. 과거 북미 대서양 횡단 비행기를 띄운 저가 항공사는 4곳에 불과하다. 1970년대 라에커항공, 1980년대 피플익스프레스, 1990년대 타워항공, 최근의 줌항공 정도다. 이들 항공사 모두 사업에 실패했다.
북아메리카와 유럽을 잇는 저가 항공편 가격이 파격적으로 떨어질 수 없는 이유는 여럿이다.
라이언은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 미국 뉴욕 JFK 공항처럼 수수료가 비싼 데 기착하지 않고 대도시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도 저렴한 공항을 이용한다. 이런 항공편은 비용절감에 민감한 알뜰 여행객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항공사들이 항공기 운항 횟수를 높이려 해도 그만한 수요가 없다.
최근 미 델타항공과 영국 버진항공이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도 라이언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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