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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전력 피크를 넘는 창의적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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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과 한겨울이면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다. 이번 여름에는 부품 허위 인증으로 원자력발전소 3기의 가동이 중단돼 수급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수급이 혹서기와 혹한기 내내 위태로운 건 아니다. 여름에는 오후 2~5시에 전력망에 부하가 집중된다. 겨울에는 오전 10시~정오에 수요가 몰린다. 전력 피크 시간대다.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피크 시간대에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여야 한다. 정부의 전력수급 대책은 이 가운데 피크 시간대 전력 수요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발전소를 새로 지어 가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공급을 늘리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제약이 있다.
이 대목에서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력 수요를 감축하는 대신 전력 이외의 에너지가 냉방과 난방의 일부를 담당하도록 하면 어떨까? 냉방에는 여름철 전력 사용량의 24%가 쓰인다. 또 겨울철 전력 가운데 비슷한 비율이 난방에 들어간다. 지난해 여름 최대 전력 사용량 7429만㎾를 기준으로 할 때, 이 중 1782만㎾가 냉방에 쓰였다. 이 가운데 예컨대 5%인 89만㎾에 해당하는 냉방을 다른 에너지원으로 해결하면 여름철 전력수급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냉방부터 살펴보자. 전기가 아니라 천연가스(LNG)를 활용하는 냉방이 가능하다. 가스열펌프(GHP)라고 불리는 가스식 냉난방기를 설치하면 된다. GHP는 가스를 태워 엔진을 돌리고, 그 힘으로 에어컨의 압축기에 해당하는 부품을 가동하는 방식이다. GHP를 설치하면 냉방과 함께 난방이 가능하고 따뜻한 물도 활용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가스식 냉방이 전체 냉방의 24%를 기여한다.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10%에 불과하다.

난방은 등유를 지금보다 더 때는 방법으로 전력망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 등유는 과거에는 난방의 상당 부분을 담당했다. 에너지 총조사에 따르면 등유가 전체 난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에는 53%였고, 1995년에는 63%로 높아졌다가 점점 떨어져 2010년에는 22%로 낮아졌다. 예전에 등유가 덥히던 공기를 이제 전력으로 훈훈하게 만든다. 이젠 비닐하우스까지 전기로 난방을 한다.
하지만 가스식 냉난방과 등유 난방은 경제적인 장벽을 넘어야 한다. 가스식 냉난방기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 적합하고 설치ㆍ운영비가 많이 든다. 등유는 같은 열량을 내는 비용이 전력의 1.6배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가스식 냉난방 비중을 키우기 위해 지원정책을 폈다. 여름철 전력고개를 넘으려면 가스식 냉난방기 지원을 더욱 늘려야 한다. 정부는 올해 가스식 냉난방기 설치 보조금으로 50억원을 집행할 계획인데, 가스식 냉난방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으면서 이 예산이 여름이 가기 전에 소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겨울철 전력 피크를 완화하는 데에는 창의력을 더 발휘해야 한다. 먼저 등유에 붙는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교육세 등 세금을 떼어 내 등유 가격을 저렴하게 해야 한다. 또 오랜 기간 억눌렸던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등유에 대한 세금은 1970년대 오일쇼크에 대응해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붙은 이후 상황이 달라진 지금까지 매겨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전기는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난방에서 등유의 자리를 밀어내 왔다. 2차 에너지인 전기가 1차 에너지원인 등유보다 싼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전기요금 인상은 여름철 냉방용으로 가스 같은 에너지원 활용을 촉진하는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된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일본의 가스식 냉난방 비중이 높아진 것은 우리나라의 세 배에 이르는 전기요금 부담을 벗어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OECD 국가 평균의 55%에 불과하다.

등유에 붙는 세금을 면제해 줄어드는 세수는 어떻게 벌충하나? 전기요금을 올리면서 발전용 유연탄에 탄소세 성격의 세금을 새로 물리면 된다.

백우진 부국장 ·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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