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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너머 섬, 또 섬 일망무제 무릉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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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으로 떠나는 4色 여행

섬 너머 섬, 또 섬 일망무제 무릉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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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여행전문기자 조용준 기자]한려수도에 올망졸망 뿌려진 무수한 섬들 위로 새하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물굽이를 따라 섬들이 드나들고 만선의 꿈을 품고 떠나는 어선을 따라 물새들이 힘차게 비상한다. 밤새 풍랑으로 거칠게 몸을 뒤척이다가 지친 잠에서 깨어난 통영은 비로서 아침노을에 활기를 찾는다.

여행지에도 등급을 매긴다면 경남 통영이야말로 '최상급 여행 목적지'로 부를 만하다. 알려진 여행 명소들은 대개 '그곳을 여행하기에 꼭 맞는 계절'을 갖고 있다. 예컨대 보성의 계절은 봄이고, 순천만은 가을인 것처럼…. 하지만 통영으로의 여정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수많은 여행 포인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항구에서 '아늑한 고향바다'를 보고, 다른 이들은 산양일주도로에서 만난 핏빛 낙조를 가슴에 담는다. 또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맛도 환상이다. 충무김밥을 비롯해 통영만의 독특한 술문화인 다찌집, 꿀빵 등 먹거리로도 통영의 여행은 추억할만하다.

# 미륵산 넘어서자 일망무제 무릉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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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는 도처에 미륵이 있다. 통영시내에서 차를 타고 통영대교 또는 충무교를 건너면 닿는 곳, 그곳이 바로 통영에서 가장 큰 섬인 미륵도다. 미륵도의 한가운데에 미륵산이 솟아있다. 이 미륵산에 올라 바라보는 통영의 섬과 바다는 멋스럽다. 관광엽서의 한려수도 풍경은 십중팔구 이곳에서 찍었다니 더 말해 무엇할까.

미륵산은 높이 461m로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울창한 수림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갖가지 바위굴, 고찰이 산재해 있다.
미륵산 정상에 오르려면 절집 미래사에서 출발해 가파른 산길을 40여분 걸어올라야 한다.

미륵부처오신 절이란 뜻의 미래사는 햇볕이 잘 들고 빽빽하게 들어찬 편백나무 숲 사이에 고즈넉하게 앉아 있다.

구산, 효봉, 석두 등 세 분의 큰 스님을 모신 사리탑이 있다. 효봉 스님은 판사 출신으로 한 피고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뒤 밤새 고뇌하다 법복을 벗어던지고 출가했다고 한다.

상쾌한 편백나무 숲을 지나 산을 오른다. 땀이 온 몸을 적실쯤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 서면 통영 앞바다가 왜 '다도해'인지 알 수 있다. 섬과 섬이 겹치면서 누군가 물수제비를 뜬 듯 바다에 점점이 흩뿌려져 있다.

섬 너머 섬, 또 섬이다.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풍경은 말을 잊게 한다. 저 멀리 한산도와 우도, 비진도, 욕지도, 연화도, 매물도, 사량도 등 150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보는 사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청명한 날에는 일본 대마도, 지리산 천왕봉까지 보일 정도로 탁월한 전망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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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산 정상에 선 이들은 죄다 바다풍경에 넋을 잃지만 놓칠 수 없는 풍경이 있다. 바로 서남쪽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야싯골마을의 다랑이논 풍경이다. 미륵산 자락을 끼고 층층이 올라붙은 다랑이논과 논둑길의 실핏줄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농로는 그것 자체로도 조형적이지만 이즘에는 모내기를 위해 물을 그득 받아놓아 수면이 햇볕에 반짝거리는 장관을 만날 수 있다.

이런 풍경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송구스럽게 만날 수 도 있다. 국내 최장(1975m)의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미륵산 8부 능선에 있는 상부정류장까지 올라 약 400M길이의 산책테크를 걸으면 정상이다.

미륵도에는 해안절경을 따라 나란히 뻗어있는 22㎞의 산양일주도로가 있다. 이 도로는 해질녘에 달려야 제 맛이다.

달아전망대가 있는 2㎞ 구간에서 만나는 붉은 노을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푸른 하늘에 붉은 기운이 번지면서 만들어내는 거친 듯하면서도 몽환적인 색감은 섬에 걸린 해가 살짝 넘어간 뒤에 더욱 아름답다.

# 신이 빚은 편안한 '휴식 마을' 통영 이에스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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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일주도로를 가다보면 동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낭만적인 리조트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이에스리조트( www.esresort.co.k 02-508-0118. 055-644-0087)

자줏빛 지붕으로 한껏 멋스럽게 치장된 이곳은 진초록의 잔디와 어우러져 흡사 지중해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리조트에 들어서면 '동양의 나폴리'로 불릴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통영의 앞바다가 가슴 한가득 담긴다.

특히 코발트색 수영장에서는 내려다보는 한려수도의 옥색 바다는 마치 상상 속의 공간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리조트는 바닷가 경사면을 자연스럽게 살리고 가로로 이어진 빌라형 7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객실에서 한산앞바다의 섬들이 훤이 내려다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테라스 자쿠지와 야외수영장, 산책로 등 편안한 부대시설도 갖췄다. 휴식을 위해 더없이 좋은 선택이다.특히 아침에 해가 뜨고 지는 일출, 일몰을 볼 수 있도록 설계 되어 리조트 안 곳곳에 통영바다가 담겨 있다.

흰색 건물 외벽과 나지막한 붉은 지붕, 구불구불한 다리 등이 모두 이탈리아 중부지방의 사르데냐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라고 한다.

천정의 높고 낮음을 일정하지 않고 자유스럽게 두었다고 하니 자연과 어우러진 리조트라는 평가가 절로 나온다.

이쯤 되면 리조트 고유의 휴식을 뛰어 넘어 예술적인 조형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하나의 작품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조광식 이사는 "섬이라는 자연조건을 최대한 살린 이탈리아 샤르데냐 섬의 별장을 모델로 설계했다."면서"바닷가 리조트답게 어느 객실에서든 통유리를 통해 바다풍경을 볼 수 있으며, 특히 낙조가 장관"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리조트가 단순히 쉬었다 가는 곳에서 편하면서도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원색의 벽화속에 숨은 질퍽한 삶-동피랑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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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넘우집 밴소깐꺼지 디리대고 그라노?/내사 마,여름내도록 할딱 벗고 살다가/요새는 사진기 무섭아서 껍닥도 몬벗고, 고마 덥어 죽는줄 알았능기라" (무서워라, 사진기 메고 오면 다예요? 왜 남의 집 변소까지 들여다고보 그래요? 나는 여름내 옷을 벗고 살다가 사진기 무서워서 옷도 못 벗고 그냥 더워서 죽는줄 알았다니까요.)

통영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가 바로 동피랑 마을이다. 강구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들어선 달동네인데, '동쪽의 벼랑'에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통영항과 중앙시장에서 인부로 일하던 외지 하층민들이 기거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50여가구가 비탈면에 다닥다닥 집을 짓고 모여사는 허름한 달동네가 일약 이름난 관광지가 된 것은 벽화 때문이다.

동피랑마을로 오른다. 중앙시장 옆 '강원수산'골목을 끼고 길은 지그재그로 언덕을 향해 올라간다.

가장 먼저 토박이 어르신들이 쏟아내는 구수한 통영 사투리가 적힌 팻말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쌔기 오이소! 동피랑 몬당꺼지 온다꼬 욕 봤지예. 짜다리 벨 볼끼 엄서도 모실 댕기드끼 어정거리다 가이소."(어서 오세요. 동피랑 언덕까지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습니다. 별 볼거리가 없어도 마실 다니듯이 천천히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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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굽이 한 굽이 돌아설 때마다 새로운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천사의 날개가 그려진 벽화에선 누구나 천사가 되고, 커다란 고래가 그려진 벽화와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그림은 바다속 풍경이다.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해질녘 골목길에서 숨박꼭질에 정신없는 개구쟁이들이 그려진 벽화에는 추억의 동심으로 빠져든다.

골목을 걷다 보면 이곳 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러 온 이들과 만난다. 골목 모퉁이에서 노랗게 칠해진 창문 앞에서 귀여운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모두가 즐거운 표정이다.

동피랑마을 정상에 서면 시원하고 짭쪼름한 바닷바람이 봄날의 따뜻한 해빛을 쓸고 지나간다.

동피랑구판장 피아노건반계단에 앉았다. 그 자리에서 앉아 보이는 것은 단지 통영의 바다뿐 만 아니다. 바닷가의 시장과 항구는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이었음을 인식하고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자신의 팍팍한 삶의 현장을 조금은 관조할 수 있는 자리다.

돌아서는길 좁은 골목길벽화를 통해 멀리 보이는 통영 바닷가와의 어울림에 가슴이 벅차고, 원색의 벽화 뒤에 감춰진 동피랑 사람들의 질박한 삶의흔적에 마음에 와 박힌다.

# 입맛따라 각양각색 남도의 진미(珍味)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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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색을 반영한 독특한 먹거리는 한번쯤 꼭 먹어봐야 할 별미로 손색없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것이 통영만의 독특한 술문화인 '다찌집'이다.

이곳에는 주문법과 계산법이 남다르다. 메뉴판에는 술 종류와 가격만 적혀있다. 소주 1병이 1만원~1만5천원선, 맥주는 1병에 6000원~1만원선, 1인당 2만원~3만원. 뭐 이런식이다. 술은 얼음이 채워진 플라스틱통에 담겨 나온다. 플라스틱통이야말로 '다찌집'의 원칙이다.

안주의 선택권은 손님에게 없다. 안주값은 이미 술값에 포함돼 있다. 손님은 주인이 내주는 대로 안주를 먹어야 한다. 주인이 내놓는 안주는 그날 포구에서 산 싱싱한 해산물로 구성된다. 무슨 안주가 나올지는 순전히 주인 마음이라는 이야기다. 조개, 돌미역, 새우, 해삼, 멍게, 꽁치구이, 생선회 등이 하나 둘씩 상위로 깔린다. 술이 한병씩 추가될 때마다 성게알, 해삼창자, 관자 등이 더해진다. 매운탕이며 바삭한 튀김까지 죽 늘어놓은 안주에 기분까지 흐뭇해진다.

기상천외한 음식은 또 있다. 바로 향남동 골목길 포장마차에서 시작했다는 '우짜'다. 멸치를 닮은 밴댕이를 넣어 우려낸 국물로 국수를 말고, 그 위에 자장을 얹은 뒤 후추와 고춧가루를 뿌려 내온다. 우동을 먹자니 자장이 먹고 싶고, 자장을 먹자니 우동이 먹고 싶다는 손님을 위해 아예 그 둘을 섞어버린 것. 하지만 익숙지 않은 독특한 맛에 고개를 살짝 갸우퉁하게 만든다. '향남우짜'가 많이 알려져있다.

적십자병원 뒤편 '오미사'의 꿀빵도 통영의 잊지못할 맛이다. 꿀빵은 팥소를 넣어 튀겨낸 빵에 끈적끈적한 시럽에다 깨를 뿌려낸다. 인기가 시들하긴 하지만 충무김밥도 빼놓을 수 없다. 졸복국도 유명하다. 작은 붕어 크기의 졸복을 넣고 미나리, 콩나물과 함께 끓여 내놓는 졸복국은 밋밋한 듯하면서도 깔끔하고 시원만 맛을 낸다. 서호시장의 호동식당이 잘한다.

철이 지났지만 '도다리쑥국'도 통영의 맛이다.도다리를 맑은 탕으로 끓여 그 위에 어린 쑥으로 향을 낸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도다리 살과 코끝을 간질이는 향긋한 쑥내음이 일품이다.

통영=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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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다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타고 통영IC를 나오면 시내로 바로 진입한다. 남해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사천 나들목에서 33번 국도로 들어선다. 국도를 타고 사천과 고성을 지나면 통영이다.

▲볼거리=문학의 고장이다. 청마 문학관, 박경리 문학관, 전혁림 미술관, 윤이상 거리 등 문학의 향기가 넘쳐난다. 빼놓을 수 없는 명소도 있다. 이외에도 이충무공의 흔적이 남아있는 세병관, 남망산 조각공원, 한산도, 소매물도, 해저터널 등 볼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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