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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 다음 차례는 슬로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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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새로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부채위기의 도화선이 슬로베니아를 향해 타들어가고 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슬로베니아가 당장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투자자들이 등 돌릴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최근 지적했다.
그 동안 슬로베니아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 가운데 가장 서구화해 경제적으로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부채로 봐도 슬로베니아 경제상태는 양호한 것처럼 보인다. 슬로베니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53%로 유로존 평균 90%보다 낮다. 현상만 보면 슬로베니아를 새로운 위기의 진원지로 꼽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추세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슬로베니아의 GDP는 2008년 이래 10.6% 줄었다. 내수는 2007년 이래 20% 줄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슬로베니아가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각하게 추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부진은 곧 세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채가 느는 것은 시간 문제다.

포천은 슬로베니아 경제의 경우 전면적 개혁안이 수립돼야 하지만 자체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슬로베니아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자유시장 경제로 아직 완전히 전환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른 옛 사회주의 국가들은 1990년대 이미 전환됐다.
슬로베니아는 사회주의 해체 당시 경기가 호황이었다. 그 결과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이 겪은 고통스러운 과정을 체험하지 않은 채 자본주의 국가로 변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완전한 자본주의 국가로 탈바꿈해 경제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다.

슬로베니아 경제에서 국가 통제 부문이 50%에 이를 정도로 민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엎친 데 덮인 격으로 정실자본주의와 국영 기업의 부실 경영이 슬로베니아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슬로베니아의 당면 문제는 스페인ㆍ아일랜드와 같은 은행위기다. 그러나 스페인의 경우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은행권 부실이 전가된 반면 슬로베니아는 부패로 은행권이 부실을 겪고 있다는 게 다르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슬로베니아 비금융권 기업의 채무 대비 자기자본 비율은 200%가 넘어 유럽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현지 은행에서 기업에 빌려준 채권이 전체의 50%나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부실 채권 비율이 30%를 웃돈다.

EU는 슬로베니아 정부에 국영 기업 매각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내수가 죽은 상황에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매수하려는 투자자는 없다. 게다가 매각돼도 헐값에 팔릴 것이니 실질적 도움은 되지 않을 듯하다.

슬로베니아가 구제금융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는 게 포천의 판단이다. 따라서 EU가 슬로베니아의 구제금융 신청을 기다릴 게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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