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자격증 꽉쥔 비정규직 미스김이 슈퍼갑..'10년 후 일의 미래'
정보통신, 산업기술, 생명공학, 생활문화 등 각 분야의 미래상 제시.."페이스북 이대로라면 5년 안에 사라진다"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2023년,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10년 뒤 나는 어디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인가. 미래에 나의 직업은,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은 어떻게 돼 있을 것인가. 100세 시대에 나는 몇 살까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10년 뒤의 일을 그려보는 것은 쉽지 않다. 당장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버거운 일 아닌가.
신간 '10년 후 일의 미래'는 전세계 2만여 명의 전문가들의 정보와 지식을 모아서 만든 미래예측서이다. 특히 미래학 연구지 '트렌즈(Trends)' 지에 실린 기사 중에서도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 의미있는 기사들만 발췌해서 엮어낸 책이기 때문에 한국의 사례를 많이 접할 수 있다. '10년 후 일의 미래'에서 그려내는 2023년으로 한번 타임머신을 타고 가보자.
우선 앞으로 10년 동안 비정규직이 해마다 급증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포춘'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의 근로자 중 임시직의 비중이 2020년에는 50%를 넘게 된다는 분석이다. 근로자 두 명 중 한 명만이 정규직이란 얘기다. 각국 정부의 정규직 전환 공약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계약직, 임시직 등 세 집단으로 구성된 삼엽조직의 체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비정규직이 많아지면서 계약직 내에서도 업무능력에 따른 차별화도 따른다. 100여개의 자격증을 소유한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 김'과 같은 유능한 계약직 사원은 정규직과 동등하거나 혹은 더 높은 인센티브를 받는다. 회식도 마다하고, 연장 근무도 거부하며, 출퇴근 시간만은 확실히 지켰던 '미스 김'처럼 프리랜서 고유의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슈퍼 갑' 계약직 사원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미래사회가 바라는 인재상도 지금과 조금은 차이가 있다. 전문적인 지식과 숙달된 기술만을 갖춘 인재를 원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공교롭게도 2023년에도 인문학적 소양은 한 사람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데 중요한 척도가 될 전망이다. 이 책에서는 이를 가르켜 '통섭형 인재'라고 설명한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서 골고루 재주가 있는 팔방미인과는 다른 개념이다. 자기만의 전문 분야는 있되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한 소양을 갖춘 인재를 뜻한다. 또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 등 'STEM' 분야의 인재에 대한 기업 수요가 지금보다 훨씬 증가하게 될 것이다.
사회가 한 사람에게 요구하는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각 나라마다 인재를 보다 많이, 보다 빨리 확보하려는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이 인재전쟁에서 패한 국가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맨파워 사는 2020년에는 미국 기업의 10~20%가 핵심 인재를 유치하지 못해 문을 닫을 것이란 무시무시한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생긴다. 미국에 대한 얘기를 빼먹을 수 없다. 과연 10년뒤에도 미국은 세계무대에서 패권을 유지할 것인가. 인재 유출, 폐쇄적인 이민법과 각종 규제 등으로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초강대국 미국의 쇠퇴는 상당 기간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2050년이 되면 미국은 지금보다 인구 1억명 이상이 늘어나게 되는데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20%에 불과하다. 이미 늙어버린 유럽과 노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경쟁력이다. 반면 유로존은 노령화의 폐해로 고생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사회보장 제도의 상당 부분은 민영화로 운영될 것이며, 보험업이 유망산업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 책은 앞서 말한 세계경제의 큰 흐름을 제시한 다음 정보통신, 산업기술, 생명공학, 생활문화 등 각 분야의 미래상을 제시한다. 이를 찬찬히 읽어가다 보면 10년 뒤 유망직종, 유망사업을 파악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스마트 머신, 성체 줄기세포, 나노 프린팅 기술 등은 지금은 생소하지만 10년 뒤에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또 노인의 가사도우미와 간호사 역할을 하는 실버로봇을 만드는 개발자, 로봇공연기획자, 임상심리전문가, 실버시터, 실버복지컨설턴트 등 노인의 복지와 관련한 직업이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의 미래를 점치는 대목도 흥미롭다. 이 책은 1841년 찰스 맥케이가 '대중의 미망과 광기'에서 "사람들은 단체로 미쳐가지만, 그들은 천천히, 그리고 한 명씩 차례대로 제정신으로 돌아올 뿐이다"라고 한 대목에 주목한다. 페이스북 역시 '대중의 광기'를 보여주는 사례에 불과하며, 구글 같은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발전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제너럴 모터스가 "페이스북 광고가 자동차 판매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광고를 중단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페이스북은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특히 과도한 실명 요구 등으로 10대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악수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과감하게 말한다. "페이스북, 이대로라면 5년 안에 사라진다."
<10년 후 일의 미래 / '트렌즈'지 특별취재팀 / 권춘오 옮김 / 일상이상 출판사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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