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성현동 '동화 읽는 엄마' 동아리 회원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서울 관악 지역의 독서모임인 '동화 읽는 엄마' 회원들.

서울 관악 지역의 독서모임인 '동화 읽는 엄마'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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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주세요." "또 해 ? 그만 하다 말드라고." (웃음) "구덕산 아지매 하나 해" "그러면 또 할꺼나. 또랑골 영감이 또랑을 친개, 가재골 영감이 가재를 잡았어. 그새 꼽새골 영감이 꿔(구어) 놓은개, 묵새골 영감이 '묵세 묵세' 그러드래. 그런개 그것도 얘기지."(웃음)


낭랑하고 구성진 사투리가 울려 퍼졌다. 사이사이에 웃음소리도 왁자지컬하다.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성현동 자치회관 내 작은 도서관 회의실에는 '동화 읽는엄마'들이 펼치는 '구비문학' 향연으로 가득찼다. 구비문학 강독은 꼭 할머니가 손자들에게 옛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구수하다. 듣는 이도 손자들 마냥 신난 표정이다. 이번 강독은 정경연 '동화 읽는 엄마' 회장과 위숙자 회원이 '한국구비문학대계'의 한 대목을 맡았다. 지역독서모임인 '동화 읽는 엄마 '회원들은 매주 한번씩 만나 동화를 읽고 토론하고, 지역 내 각종 책 나눔 활동을 펼쳐 온지 6년째다.

이어 강독과 토론을 마친 회원들은 5월 책 나눔 및 운영 토의에 들어갔다. 매월 마지막주에는 '좋았던 내용', '흥미로웠던 내용'은 물론 주요 사업 일정을 총정리한다. 특히 이번 모임은 토의 안건이 많다. 여름이 돼 회원들이 더욱 바빠지기 때문이다.


동화 엄마들은 6월 중순엔 '학교도서관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초등학교 내 도서문화행사, 도서관 전시, 학교 명예사서 도우미 지원 활동을 펼친다. 이어 휴가가 시작되는 7월 말에는 서울시 어린이 문화사업 프로그램인 '그림자극 공연'을 실시한다. 또 성현주민자치센터 도서문화 프로그램인 방학특화 '책으로 여는 어린이 문화교실'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에는 '그림책으로 여는 미술 놀이', '옛 이야기와 전래놀이 한마당', '종합예술 그림자극 공연 감상', '그림자극 대본 구성과 인형 제작', '어린이 그림자극 공연발표회' 등이 포함돼 있다.

그 중에서도 그림자극 공연은 초등학생과 학부모 50여명이 참여한다. 따라서 대본을 만들고, 배역을 선정하는 등 준비해야할 게 많다. 벌써 역할 분담을 마친 상태다. 이처럼 회원들은 모두 지역독서활동가로 재능기부에 나서느라 항상 분주하다. 정 회장은 책관련 자원봉사 및 재능기부활동에 대해 "동화를 읽으면 행복해진다. 매주 책 읽고 토론하면서 삶이 변했다.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들과도 소통하는 생활이 이뤄졌다. 여기서 얻은 행복감이 자연스레 책을 나누고 이웃에게 전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다른 회원들도 이같은 의견에 동의한다. 다들 동화는 행복 그 자체라고 이구동성이다. 위숙자 회원은 "초등학교 때 큰 아픔을 겪은 후 상처를 안고 살았다. 동화를 만나 치유와 성장을 얻었다"면서 "동화를 통해 느낀 행복감을 나누는 단계로 발전하자 삶이 주변으로 더욱 확장해 가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터놨다.


이들에게 "동화는 치유의 수단이면서 행복과 나눔의 매개체"다. 모임의 연령층은 다양하다. 초등학교 교사에 은퇴하고 모임에 들어온 회원(69)부터 도서관 사서를 하는 회원(32)까지 각기 다르다. 모임의 맏언니인 윤연희씨는 "동화 모임을 통해 잊고 살았던 추억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며 "모임에 참여한 것이 인생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토로한다. 또 "모임을 통해 늙그막에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봉사와 나눔으로 이어진데 감사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들은 굳이 책만 나누는 게 아니다. 아이들 교육이며 자잘한 일상까지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때로 말벗으로, 친구로 삶을 함께 꾸려와 눈빛만 봐서 서로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현재 동화모임 회원은 총 20여명이다. 모임은 두 팀으로 나눠 운영중이다. 대부분 북스타트 운동 등 독서활동가로 일한다. 물론 돈을 버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마냥 행복하다. 책과 사람이 어우러지고, 동화책을 통해 건강한 삶을 공유해서다. 엄마들의 얘기는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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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을 읽는 것은 나와 가족, 이웃이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다. 동화는 나눔이다. 동화는 어른이 더 많이 읽어야할 책이다. 아둥 바둥 살아가는 현실에서 벗어나 평온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고자 한다면 동화를 읽어라."


얘기를 마칠 때쯤 도서관에 들어서면서 느꼈던 환하고 밝은 웃음소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동화 읽는 엄마들이 우리 곁에 있어 세상이 더 밝은가 보다...' '얼른 서점에 가서 동화책을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시간이었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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