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스위스 금융권의 비밀주의가 80년 만에 막을 내릴 전망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스위스의 비밀계좌 시대가 몰락했다고 전했다. 스위스 은행들이 지난 5년간 고객들의 비밀계좌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패장병 신세가 됐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지난주 ‘탈세와 전쟁’을 선포한 유럽연합(EU)과 새로운 세금 규정을 적용하는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EU는 기존의 조세피난처와 합의한 대로 스위스 은행에 숨겨둔 유럽인들의 역외자산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은 2조7000억스위스프랑(2조8000억달러) 상당의 해외 자산을 끌어오던 스위스 은행권이 최후를 맞게된 것이라고 스위스 서부도시 로잔 소재 IMD 비즈니스학교의 스테파니 가렐리 교수가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금 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스위스의 글로벌투자은행 뱅크 사라신의 라이너 스키얼카는 “은행 비밀주의가 약화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이(은행 비밀주의) 사망이라고 말 할 수 없다. 모든 자산의 정보를 공개할지도 명확하지 않고, 안정한 자산까지 협상 대상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핵심은 스위스가 EU와의 계좌정보 공유 협상에서 얼마만큼의 양보를 이끌어 내느냐는 것이다. 에벌린 비드머-슈룸프 스위스 재무장관은 2주전 “자동정보교환이 전세계적으로 허용되는 기준이고 경쟁 금융센터에서도 적용된다면 수용할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스위스의 입지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스위스 민간 은행들은 비밀주의에 의존하지 않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자신들만의 모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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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스위스 은행들은 관리하는 고객 자산에 대한 수수료를 올리는 반면, 나머지는 자유 재량으로 고객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시도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당한 양질의 서비스는 높은 수수료를 동반할 수 밖에 없어 모든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EU와의 분쟁해결로 스위스 금융권에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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