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중국 고사성어에 '복수불반(覆水不返)'이라는 말이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얘기지만 이에 얽힌 고사를 잠시 소개해 본다.


중국 주나라 시절 태공망 여상(강태공)은 어려운 가정 형편을 돌보지 않고 책만 읽는다. 아내인 마씨는 이를 결국 견디지 못하고 여상을 버리고 도망가고 말았다. 부인 마씨가 떠난 여상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다. 위숫가에서 때를 기다리며 빈 낚시를 드리우며 세월을 낚는 것이 일이었다.

어느새 여상은 나이 일흔이 돼버렸다. 어느날 주나라 무왕은 위숫가에서 여상을 만나 그를 군사로 삼는다. 여상은 무왕을 도와 은나라 주왕을 몰아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여상은 제나라의 제후에 봉해진다.


제나라 제후가 된 뒤 예전 그를 버리고 갔던 부인 마씨가 다시 찾아와 자신을 다시 받아달라고 요구하자 여상은 그릇에 물을 떠오게 한 뒤 그 물을 쏟아버리며 다시 주워 담아보라고 했다.

마씨가 당황해하자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듯이 한번 떠난 아내도 돌아올 수 없소'라고 말했다.


여상의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 엎지른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듯이 이미 저지른 말과 행동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연일 갑(甲)과 을(乙)의 횡포가 우리 사회 각계를 뒤흔들고 있다.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에게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다 결국 옷을 벗은 포스코 임원을 비롯해 대리점에게 재고를 강제로 떠넘긴 남양유업은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도중 윤창중 대변인이 성추행 구설수에 올라 경질된 것은 충격이다. 아직 구체적인 조사가 진행되진 않았지만 윤 대변인의 구설수에 등장한 여성은 20세의 현지 인턴 직원이었다. 명백한 갑과 을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횡포다.


한번의 화나 욕심을 참지 못하고 저지른 일들이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대기업에서 잘나가던 임원은 졸지에 실업자가 됐고 회사에는 수십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끼쳤다. 남양유업의 경우는 회사 전체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갑과 을의 횡포를 한번이라도 겪어본 사람들은 그 회사 제품을 아예 구매해선 안된다고 매일같이 목청을 높인다.


과거와 달리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발달하면서 우리 사회에 영원한 비밀은 사라지고 말았다. 미국 최대 국가 기밀이 '위키트리'를 통해 밝혀지고 해외 비밀 계좌들을 갖고 있는 세계 각국 주요인사들의 명단이 인터넷을 통해 돌아다닌다. 사회 주요 인사들이 아무 생각 없이 트위터에 올린 글은 나중에 후회하며 지워도 끊임없이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며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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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된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은 아들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면서 '경청(傾聽)'이라는 두 글자 휘호를 써서 줬다. 말과 행동을 하기 전 먼저 들으라는 의미다.


말도 행동도 물과 같다. 한번 쏟아내면 걷잡을 수 없다. 지금 내가 하려는 말과 행동, 쓰려는 글이 쏟아진 물이 되지 않을지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보는 지혜가 필요한때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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