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四方]멋·맛 드러낸 동학사 벚꽃 길…꽃비가 내리다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계룡산에 위치한 동학사 벚꽃이 제대로 멋을 내고 있다. 딱 알맞은 맛이다. 지난 18일 찾은 동학사 근처에는 꽃비가 흩날렸다. 봄은 바람을 타고 오고 꽃은 바람에 떨어지고. 벚나무 아래 거니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진짜 봄이 왔음을 알렸다.
동학사 벚꽃 특화거리는 이맘때면 절정을 이룬다. 수 km를 뻗어있는 가로수 길은 말 그대로 꽃길이다. 꽃이 피고, 벌이 날아다니고. 꽃잎이 바람에 날릴 때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 벚꽃이 피어있는 길 따라 노란 개나리가 어울림을 더한다. 동학사에는 아직 목련은 지지 않았고 진달래 분홍빛도 흥을 돋운다.
이곳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자 사진작가가 된다. 스마트폰을 꺼내 찍든, 디지털카메라로, 혹은 DSLR로 찍든 모두 작품이다. 연인의 손을 잡고, '좌 엄마, 우 아빠' 손을 잡고 하늘 붕 차고 오르며 노래를 부르면 그 모든 것이 시(詩)가 된다.
자신이 찍은 벚꽃이 든 화면을 들고 '와~' 감탄사를 쏟아내는 곳이 동학사 벚꽃길이다. '길을 가니 벚꽃이 저만치 나를 보고 웃었다'는 단조로운 문자도 동학사 벚꽃길 아래 서면 멋진 읊조림이 된다.
올해도 여전히 각설이는 찾아왔다. 근데 너무 많다. 전국의 각설이는 전부 다 모아 놓은 듯하다. 벚꽃 길을 따라 동학사로 가는 길에 100m 간격으로 각설이의 노래가 들린다. 너무 많다. 여기저기 떨어지는 꽃잎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지칠 듯 하다.
사람들은 매년 이 맘 때면 잊지 않고 이곳을 찾는다. 도로 곁으로 쏟아져 있는 벚꽃을 밟으며 봄의 소리를 듣고, 봄이 저만치 도망가기 전에 마음 속에 새겨놓고 싶어한다. 동학사는 1300년이란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고찰이다.
동학사 벚꽃 길은 두 군데로 나눠진다. 동학사 입구에서 논산으로 우회전해 곧바로 다시 우회전 하면 상가가 없는, 그야말로 ‘조용한 벚꽃길’이 있다. 동학사 쪽으로 올라가는 또 다른 벚꽃 길은 상가와 벚꽃이 어우러져 있는 ‘시끌벅적한 길’이다.
그렇게 양쪽으로 뻗어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어느새 상가도 사라지고 동학사 입구가 나온다. 여기서 부터는 2000원을 내고 입장해야 하고 담배도 피울 수 없다. 벚꽃길은 사라지고 소나무와 길 옆으로 조용히 ‘졸졸졸’ 시냇물 소리만 들린다.
올라가는 길에 남매탑과 갑사로 오르는 이정표가 보인다. 내친 김에 갑사까지 가 볼까 했다가 곧바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갑사까지 5km가 넘는 거리이다. 다음 기회로 미루고 동학사로 계속 오른다.
동학사는 전통 고찰의 ‘ㅁ’자 구조와 달리 길게 뻗어 있는 사찰이다. 오를 때마다 각각의 이름은 단 암자가 늘어서 있다. 조용하다. 수행하는 목적이어서 스님들의 모습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수행을 위한 고찰 중의 하나라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제 맛과 멋을 내고 있는 벚꽃이지만 조만간 떨어질 것이다. 계절은 시간을 따라 여행하는 순례자이기 때문이다. 다시 또 내년 벚꽃길이 열릴 때까지 지금 이 순간, 가슴 속에 이 봄, 동학사 벚꽃의 향기를 맘껏 마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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