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합격자의 평균 스펙에 한참 모자라는 토익점수와 학점으로 삼성전자 부사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 있다. 그것도 삼성전자 에 젊은 인재를 수혈하는 핵심 보직인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바로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이다.
"저는 젊었을 때 BMW를 탔습니다"
원기찬 부사장의 고백에 대학생들은 갸우뚱했다. 분명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무슨 재주로 비싼 수입차를 타고 다녔을까. 그는 진짜 BMW를 탄 것이 아니었다. 가난했던 그는 BUS(버스), METRO(지하철), WALKING(걷기)을 이용해 태평로와 창동을 오갔다. 하지만 버스 지하철 걷기의 앞 글자를 딴 B·M·W를 독일 수입차 BMW를 동일시하며 현재 상황을 긍정하려고 애썼다. 긍정 마인드로 무장한 그에게 불평불만은 백기를 들었다.
이러한 긍정 마인드는 상사의 꾸중과 본인의 약점을 이겨내는 계기가 됐다. 컴퓨터 대신 손 글씨가 대세이던 시절, 원 부장이 쓴 글씨를 보고 상사는 "너 학교는 나왔냐"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좌절하는 대신 '누가 이기나 보자' 승부욕이 발동했다. 수없이 손글씨 연습을 했고 지금은 악필이라는 평을 더 이상 듣지 않는다. 모멸감을 승부욕으로 스스로 전환, 발전시킨 것이다.
원 부사장은 삼성전자에 입사하려면 스펙 만들기에 매몰되지 말고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대단한 스토리를 만들라는 게 아니다. 본인의 개성과 경험이 묻어난 컬러 스토리를 잘 엮으면 된다는 것이다. 원 부사장은 아르바이트를 무려 30개나 경험한 자신의 부하를 예로 들어 소개했다. 그는 "고생을 진짜 많이 한 친군데 다른 동기보다 10년 이상 산 것 같은 연륜이 있다"며 "이런 사람 뽑을까요? 당연히 뽑는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를 정할 때 뭐를 일단 내가 잘하는 것 의미 있는 것 좋아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발전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5년 후, 10년 후 여러분들이 생각하지 못한 멋진 모습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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