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한류 뿌리는 '굿'이다..'한국민족공연학'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몇 해전 서울 종로구 무악동 인왕산 자락에 있는 국사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운이 좋게도 그곳에서 굿 한판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나라의 운수를 비는 '대동굿'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당시 느낌은 마치 공연을 보는 듯 했다. 우리 전통의 무속춤과 무대에 올려 진 돼지머리와 칼들이 자아내는 묘한 기운은 종교적이면서도 하나의 놀이나 의식, 연극한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사당 마당에 빙 둘러앉아 굿이 진행되는 과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마치 그 굿과 동화돼 참여하듯 집중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공연'이란 서구에서 정의한 단어다. 우리말로 가장 자연스럽게 대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굿'이라는 게 김익두 전북대 교수의 말이다. 김 교수가 최근 펴낸 '한국 민속공연학'은 이런 '굿'을 부여의 '영고', 고구려 '동맹' 등 원시 제천의식부터 시작해 조선시대 판소리, 현대의 공연에 이르기까지 통사적이면서 총괄적으로 분석해 나간 책이다. 예컨대, 대동굿, 마당굿, 풍물굿, 꼭두각시놀음, 탈놀음, 판소리와 함께 궁중가무희, 근현대의 신파극, 신극까지 구체적으로 다뤘다.
'공연학'이란 학문을 '민속학'적 시각으로 접근한 이 책은 우리 한류의 뿌리를 찾고 한류를 연구하고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공연하는 존재로서의 인간 곧 '호모 퍼포먼스'로서의 특징, 의미, 가치, 가능성을 공동체의 장에서 탐구하는 것이 바로 '민속공연학'인 셈이다.
김익두 교수는 30년 남짓 민요, 구비문학, 풍물굿, 판소리 등 우리 공연예술 전반에 대한 현지조사를 연구해 온 이다. 이와함께 외국의 공연학에 관한 이론서인 '민족연극학'(리차드 셰크너 지음)을 손수 번역하기도 했고, 서구의 이론을 받아들여 이미 '판소리, 그 지고의 신체전략', '한국 민요의 음악학적 연구', '한국 희곡/연극 이론 연구' 등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그가 '호모 퍼포먼스'에 천착해 민속공연학을 개념으로 연구를 지속해 온 까닭은 책 속에서 이야기한 것 처럼 "삶이 우리에게 부여해 준 것은 이 우주 속에서 얼마동안 건재하는 '몸'과 그것을 통한 마음의 활동 뿐이다...이런 일련의 전개과정은 최근에 이르러 동양의 윤리적 삶과 서양의 인식론적 삶이 '신체'를 전제로 하는 새로운 역사의 장에서 만나 '호모 퍼포먼스'의 인간과에 다다르게 됐다"는 데 기인한다.
특히 김 교수가 그동안 쌓아온 현장탐구는 지인들의 입에서도 증명된다. 이보형 전 판소리학회장은 "농악의 메카인 전남 정읍군 입암 땅 보천교 유적지를 함께 가면서 김 교수가 이 고적지를 자기 집 나들듯 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서구의 '카타르시스', 인도의 '라사', 중국의 '신사'와는 다른 한국의 고유 미학의 원리로 '신명'과 '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700쪽이 넘는 이 저서에서 그는 "세계 공연문화는 아시아 그 가운데 동아시아 한국의 독특한 공연문화를 중심으로 한 어떤 새로운 '재활성화'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익두 지음. 지식산업사. 3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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