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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무인 자동차와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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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다큐멘터리 채널에서 미래의 운송 수단을 다뤘다. 요즘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미래의 운송 수단은 단연 무인 자동차이다. 구글이 개발 중인 무인 자동차가 대중에 공개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데, 이와 함께 법규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네바다주에서는 2011년 최초로 무인자동차 관련 법규를 통과시켰지만(정확히 말하자면 무인자동차의 테스트만 허가됨), 사고가 났을 때의 법적 책임 소재를 놓고 딜레마에 빠져서 구체적인 법규 제정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법규 문제를 완화시키는 방편으로 지정된 궤도만을 자동 주행하는 개인용 급행 운송차(PRT) 또는 팟카(Podcar)와 같은 좀 더 안전한 무인 차량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PRT에 폭발 물질을 의도적으로 넣어서 도심을 무인 주행할 경우 엄청난 테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폭발 물질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기술 개발이 병행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방식이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어찌됐건 무인 자동차 기술이 이런 논의가 될 만큼 현저히 발전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리라 본다.
무인 자동차 개발의 원조는 2004년 미국 국방부 산하의 국방고등기획국(DARPA)에서 주관한 그랜드 챌린지라는 대회다. 모하비 사막을 장거리 무인 주행하는 첫 번째 대회에서는 완주한 팀이 없었다. 그러나 2005년 대회에서는 스탠퍼드 대학의 스런(S. Thrun) 교수팀이 완주해 우승을 차지하고 2백만달러의 상금을 차지했다. 스런 교수는 이후에 구글의 부사장으로 초빙되면서 구글의 무인 자동차 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무인 자동차로 두각을 나타내기 이전부터 스런 교수는 로봇 개발자로 유명했다. 1997년 스런 박사는 독일의 버가드(W. Burgard) 교수와 함께 세계 최초로 박물관 관람 도우미 로봇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개발된 고난도의 로봇 기술들이 사실은 무인 자동차의 핵심이 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버가드 교수가 몇 해 전 한국에 왔을 때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내게 되는 비밀에 대해서 질문 한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수학의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스런 교수는 '확률론적인 로봇'이라는 책을 2005년에 출판했는데, 이 책은 확률론과 로봇 공학의 융합에 대한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 확률론적 로봇은 현재 로봇 공학에서 가장 유망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로봇에 있어서 수학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로봇'하면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드는 것으로 상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에서 다루는 로봇 교육으로부터 시작해서, 대부분 무언가를 만드는 데 집중돼 있다. 로봇은 다학제적 융합 학문이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만을 알아서는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 관련 공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사람과 공존하는 특성 때문에 이를 다루는 심리학, 예술, 법학 등도 필요하다. 하지만 한 사람이 이런 모든 학문 분야를 두루 알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로봇의 핵심적인 부분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수학과 같은 기초 학문이 더욱 더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스런 교수가 최근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영어 첫 글자)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더시티(Udaciy)라는 온라인 교육 기관을 야심차게 설립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우리나라도 기술 교육에만 집중된 로봇 교육에 덧붙여 수학을 비롯한 기초 학문의 융합 교육에 더욱 비중을 둔다면 스런 교수와 같이 젊은 나이에 세계를 이끄는 유수한 인재들이 발굴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명현 카이스트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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