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환율이 뚝뚝 떨어져 수출 기업이 아우성이지만 새 정부는 외환라인의 진용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한 달 째 국회에서 표류하는 탓이다.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진두지휘하는 외환정책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과 국제금융정책국장이 나눠 맡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지 못해 재정부 정기 인사가 지연되면서 이 자리에 누가 앉게될지 입소문만 무성하다. 외환정책은 실무자의 성향에 크게 좌우된다. 인사 자체를 외환시장에 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런 상황에서 신제윤 재정부 1차관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됐다. 박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 인선에서도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주형환 재정부 차관보를, 국정기획조정 비서관으로 홍남기 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을 내정해 부처내 공석이 늘었다.
현 상황이라면 적어도 외환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물 건너 갔다. 지난 달 원ㆍ달러 환율 변동폭은 14개월 사이 가장 높았다. 말 그대로 환율이 널 뛴 한 달 이었다.
2월 한 달 동안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평균 5.4원 오르내렸다. 남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로 일평균 환율이 8.5원까지 움직였던 2011년 12월 이후 최대폭이다.
시기별로 나눠보면 2월 상순, 즉 1일부터 15일 사이의 일평균 변동폭은 7.3원까지 치솟았다. 하순 들어선 변동폭이 4.1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경제주체들은 환율의 방향을 종잡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일평균 환율 변동폭은 2.4원에 머물렀다. 세계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2월 이후 4년 10개월 사이 가장 낮았다. 시장 참가자들이 느끼는 변화의 속도는 그만큼 빠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주요국의 돈살포 영향이 있었지만, 요사이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는 지나친 구석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2월 첫 주 미 달러화 대비 주요국의 환율 변동성 지수를 보면 원화가 브라질의 헤알화보다 변동성이 높았다"면서 "일부 쏠림 현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2월 하순들어 환율 변동폭이 다소 줄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돈살포 등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여전하지만, 북한의 핵실험과 외환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환율 하락세를 완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 대외변수에 취약한 외환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환율은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새 정부의 외환정책은 안갯속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이었던 지난달 20일 "환율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이 손해보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지만, 환시에서 전투를 벌일 실무자들은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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