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 현실 살펴야 실현된다]②겉도는 임대주택 정책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난해 상반기 기준 서울에서 임대료 문제로 퇴거된 수는 144가구다. 2011년 전체보다 35%나 많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저소득층이 보금자리를 잃는 사례가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4년치 통계로 보면 돈이 없어 490가구는 자진퇴거했으며 216가구는 강제 퇴거당했다.


임대료 체납도 자연스레 늘었다. 현재 SH공사가 관리하는 임대주택 13만4800가구 중 15%인 2만가구가 임대료를 체납하고 있다. 7가구당 한 가구 꼴로 체납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갈 곳 잃은 퇴거자들의 사후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대주택에서 쫓겨나면 노숙자가 되거나 쪽방촌을 헤맬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이들에 대한 지원을 추가로 논의해야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같은 종류의 임대주택이라도 소득수준이 낮으면 임대료를 적게 받고, 반대이면 좀더 받는 '소득수준에 따른 임대료 차등부과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겉돌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시범사업 단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행과정에서 문제가 적잖아서다.


시범사업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월 임대료가 1만2000~2만4000원 정도 줄어드는데 그쳤다. 소득수준과 자산을 증빙하기 위해 구비해야할 서류가 많은데다 확인 과정도 번거로운 것을 감안해보면 저소득층에게 이득이 별로 없는 셈이다. 소득수준을 측정하기도 난감하다. LH 관계자는 "일반 직장인의 경우 월 소득이 분명하지만 대다수 저소득층은 월 수입이 불규칙적이라 확인이 쉽지 않다"며 "수 년째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해당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어 전면 도입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올 상반기부터 공공임대 입주자의 소득수준에 따른 임대료 차등 부과제도를 현실화하겠다고 했다. 2008년 시범사업에 나선지 5년만이다. 하지만 현실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H공사 역시 지난 2011년 공공임대, 국민임대, 재개발임대, 장기전세 등 다양한 임대주택에 임대료 차등 적용을 추진했지만 아직 시행방안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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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빈 명지대 교수는 "소득에 따른 임대료 차등 부과 시스템은 임대주택 운영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제도지만 저소득층간의 형평성, 공공임대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손실분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책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진미윤 한국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에 맞는 임대료를 내도록 유도하는 것은 저소득층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민간주택으로 옮길 수 있는 일종의 자극을 주는 효과도 있다"며 "이들을 관리하는 것 역시 공공기관의 역할로 새 정부에서 고민해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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