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대신 관리형 총리‥朴 직할 체제로 갈 듯
새 정부 첫 총리 후보에 김용준…원칙·신망 있지만 '책임' 총괄은 버거울 듯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이 꾸리는 차기 정부가 책임총리제 보다는 박 당선인의 직할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은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로 김용준(75)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소아마비 장애를 딛고 판사에 임명된 후 대법관ㆍ헌법재판소장 등을 지낸 법조인 출신이다. 박 당선인과는 지난 대선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박 당선인은 "나라의 법치와 원칙을 바로 세우고 무너져 버린 사회 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 행복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김 후보자 지명은 박 당선인의 평소 국정 철학인 법치에 대한 소신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청문회 통과 가능성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엘리트 보수주의자인 김 후보자의 정치 성향이 국민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과 함께 고령에 따른 건강 우려, 현장 감각 부족, 정책적 식견과 비전 등 국정 운영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소아마비 장애의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데다 청력이 약해 평소에도 주변의 사람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세종시 청사 이전에 따라 서울-세종시간 수백km를 매일같이 이동해야 하는 살인적 일정을 감당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 또 2000년 헌재소장 은퇴 후 13년째 현업과 거리를 둔 채 독서ㆍ운동ㆍ신문읽기 등으로 소일을 해온 만큼 급변하는 사회 트렌드와 현장ㆍ일선의 애로를 잘 알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사 출신으로 법에는 밝지만 정치권과 거리가 멀고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국정 운영에 있어 정책적 식견과 비전이 부족하다는 점도 거론되고 있다. 김 후보자에게서 정부-국회간 정무적 조정 능력이나 해박한 식견ㆍ비전을 바탕으로 각종 국정 현안을 능수 능란하게 다루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김 후보자의 업무 스타일도 입이 무거운 반면 정책 등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밝히기 보다는 주변 상황을 종합해 정리해나가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대쪽 총리'로 알려진 이회창 전 총리처럼 직접 나서서 의견을 개진하거나 대통령에게 맞서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
김 후보자도 지명 후 소감과 향후 각오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포괄하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기본 원칙'만 언급했을 뿐 본인의 국정 운영에 대한 소신과 철학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같은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인해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은 책임총리제 보다는 박 당선인의 직할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최근 참모들의 권한ㆍ역할을 축소하는 대신 자신의 뜻을 잘 받들어 실천할 수 있는 쪽으로 청와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보통신기술(ICT)ㆍ과학 차관을 신설하는 등 새 정부 내에서의 '차관 정치'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대통령의 직할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경제부총리 등 내각 내 컨트롤 역할을 할 부처들에게 국정 운영의 무게 중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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