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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 장항준, "드라마판에 비하면 영화판은 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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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앤서니 김'을 닮았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드라마의 제왕' 장항준, "드라마판에 비하면 영화판은 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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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우리는 매일 드라마를 본다. 요일별로는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금요드라마가 있고, 시간대별로는 아침드라마, 저녁 일일드라마, 밤 드라마가 있다. 주말에는 주말드라마가 있으며, 명절이나 기념일에는 특별 드라마가 편성된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도 모자라 최근에는 종편이나 케이블 방송도 가세해 '드라마 왕국'을 떠받치고 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 시청자의 눈을 진득하게 붙잡아두는 데 성공한 작품은 한두 편에 불과하다. 대중의 취향은 기상청 날씨처럼 예측 불가능하다. 한류스타와 톱 작가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때도 있고, 변방에 있던 드라마 한 편이 잭팟을 터뜨리기도 한다.
지난 7일 종영한 김명민 주연의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은 이런 드라마의 세계를 작심한 듯 보여준다. 쪽대본, 작가 교체, 과도한 간접광고(PPL), 파행 편성, 연장방송, 외압 등 그동안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이 비빔밥처럼 버무려져 등장한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 모든 것은 분 단위로 기록돼 광고 단가를 정하는 시청률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의 제왕'은 야심찬 제목이 무색하게 6.7%라는 낮은 시청률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작품이 던진 질문들은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집필을 맡은 장항준 감독을 만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얘기는 작정하지 않고선 쓸 수 없다. 드라마 방송국 간부가 돈 받아먹고 구속되는 내용이 나오니까 처음에는 '이걸 어느 방송국에서 틀어주겠냐'며 주위에서 말렸다. 그런 면에서 SBS에 고맙다. 예전엔 제일 상업적이라고 여겼던 SBS가 최근에는 가장 열린 조직이 됐다. 재밌고 새로우면 기회를 주는 거다. 민영방송사라서 정치적 외압이 없는 이유도 있겠다."
'드라마의 제왕'의 주인공은 제작자 앤서니 김(김명민)이다. 드라마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철저한 배금주의에 입각해 행동한다. 여기에 대척점을 이룬 인물이 신인 작가 이고은(정려원)이다. 얼마 전 생활고로 요절한 최고은 작가의 이름에서 따왔다. 장 감독은 이 드라마를 한 마디로 "'드라마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비열하고 탐욕스러운 인물이 순수한 여자를 만나 구원받는 얘기"라고 정리한다.

"다들 마음 속으론 '앤서니 김'처럼 살고 있지 않나. '나만 잘되면 돼', '자본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돼'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 다만 '앤서니 김'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이런 식으로 조금씩 곁을 내주다 보면 언젠가 '이고은' 같은 새로운 세대한테 공격받는 날이 온다. '마흔이 되면 세상을 무절제하게 비판만 할 자격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비겁하게 도망쳤든, 욕을 했든, 세상이 이렇게 된 데에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소리다. 우리 모두 '앤서니 김'을 닮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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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소위 '드라마를 까는' 이야기를 풍자적으로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장 감독의 독특한 이력 덕분이다.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로 충무로에 성공적으로 입성했지만 이듬해 '불어라 봄바람'의 흥행성적은 그닥 좋지 못했다. 이후 개그맨보다 더한 입담으로 예능과 라디오 프로에서 기량을 과시하다 첫 공중파 드라마의 세계에 발을 담근 게 2011년 박신양 주연의 '싸인'을 통해서다. 부인인 김은희 작가도 함께 작업했다.

혹자는 장 감독을 '내부고발자'라고 하지만 오히려 영화라는 다른 매체에서 활동한 이력이 드라마판을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거기서 활동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익숙해져 있으니까 별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한다. 드라마판과 비교하면 영화판은 신사다(웃음). 방송되고 다음 날 아침 7시 시청률이 나오기 전까지 아무도 못 잔다." 오히려 현실이 드라마 같고, 드라마가 현실 같은 게 이 바닥이다. 실제로 돈을 못 구한 한 드라마 제작자는 한강 다리에서 뛰어들기 직전에 거짓말처럼 '돈 구했다'는 전화를 받고 내려온 적도 있단다.

"영화는 아직도 '예술'이고 '작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1940년대 영화를 보고 여전히 걸작이라고 하지 않나. 그러나 드라마는 그 시간대에 인정을 받지 못하면 끝이다. 영속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사회가 워낙 빨리 변하기 때문에 사전제작도 못한다. 휴대폰, 옷차림, 심지어 거리 풍경도 1년 만에 다 바뀌기 때문에 미리 못 찍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드라마 한류'가 생성된 것은 아이러니다. 오히려 드라마 생방송 체제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도 일면 있다. "국내 드라마가 대중들의 피드백을 보면서 연출하고, 연기하고 하다 보니 인간이 가장 원하는 포인트를 잘 찾아낸다"는 게 장 감독의 설명이다.

전작들 처럼 차기작도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로 구상 중이다. "2011년 방송된 법의학 드라마 '싸인'도 '안방극장에서 시체를 보여주라고?'라는 반대에 편성에 애를 먹었지만 결국 성공했다. 나에게 가치 있는 일은 남들이 잘 안하는 이야기다.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소재를 다루고 싶다." (장 감독이 진지하게 쓰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쓰다보니 의도치 않게 진지해져버렸다.)



조민서 기자 summer@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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