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이동국도 35살이지만 여전히 K리그 최고 공격수잖아요. 정성훈도 기회 받으면 그만큼 해줄 선수입니다."
김인완 대전 시티즌 감독의 어조는 확신에 차있었다.
"한 시즌 16골을 넣는 공격수를 어디서 데려오겠습니까? 지난해 제가 몸담은 부산에서 최다 득점자 세 명을 다 합쳐도 16골이 되지 못했습니다. 정통 스트라이커 기근이었죠. 부산이 수비 전술을 강화했던 것도 그 탓입니다. 케빈이 떠난 뒤 고민이 많았습니다."
김 감독은 비장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전남에서 뛰던 베테랑 공격수 정성훈에게 손을 내밀었다. 현 대전이 선택 가능한 최선의 대안이란 판단이었다. 정성훈 역시 김 감독의 부름에 중국 무대 진출의 기회를 마다하고, 연봉까지 삭감된 채 친정팀에 합류했다.
정성훈 영입은 단순히 케빈의 공백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다. 당초 대전은 올 시즌 안정을 우선시 여기는 수비 지향적 전술을 펼칠 것이라 예상됐다. 정성훈의 합류는 이를 뒤집는 카드다.
"높이와 힘을 갖춘 정성훈, 스피드와 돌파력이 좋은 주앙 파울로에 괜찮은 외국인 공격수 한 명을 보강하면 득점력은 충분합니다. 수비도 중요하지만 공격 없인 이길 수 없어요. 조직력과 다양한 득점 패턴으로 공격에 무게 중심을 실은 축구를 펼칠 겁니다."
선수-지도자 사이의 궁합도 좋다. 정성훈은 스스로 "성격 있고 스타일도 분명한 선수"라고 말할 만큼 캐릭터가 확실하다. 여기에 김 감독의 지도 성향은 안성맞춤이다. 윽박지르거나 지도자로서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대신 선수에게 동기를 불어넣는 식이다. 비록 짧았지만 부산 시절 잠시 사제의 연도 맺었다. 덕분에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정성훈은 최근 몇 년간 하락세였다. 전북·전남 등에서 입지가 불안했던 탓이 컸다.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셈. 그 탓에 2010년 이후 두 자릿수 골을 넣은 시즌은 없었다. 이동국이 전북에서 최강희 감독을 만나 부활했듯, 정성훈도 김 감독의 지원 아래 전성기 시절 못잖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 그가 "감독님만 믿고 대전에 왔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대전 복귀가 확정된 뒤 정성훈은 "대전 팬들의 뜨거웠던 사랑을 기억합니다"라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10년 전 대전이 만들었던 축구특별시의 기적을 다시 만들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베테랑 공격수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