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외부수혈 작전
약가인하로 경영 힘겨워지자 해외제약사와 합작 러시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약제비 절감 압박이 계속되며 생존을 위협받게 된 제약회사들, 애초 정부는 업체간 인수합병이 촉발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실제 상황은 정부의 뜻과 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코너에 몰린 제약회사들이 선택한 방법은 '사업 포기'가 아니라 외국 자본의 힘을 빌려 목숨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업계 15위권의 중형제약사 신풍제약 신풍제약 close 증권정보 019170 KOSPI 현재가 11,690 전일대비 220 등락률 -1.85% 거래량 125,452 전일가 11,910 2026.04.30 15:30 기준 관련기사 신풍제약, 현대약품 주식 296억원 규모 취득…지분율 7.2% 코스피, 외인·기관 순매수에 2970선으로 상승…"연중 최고점" [특징주]신풍제약, 코로나 관련 유럽 특허 소식에 연이틀 강세 은 프랑스 LFB바이오테크놀로지SA와 국내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선진 바이오기술을 보유한 회사와 협력을 통해 바이오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복제약 위주의 신풍제약 입장에선 전망 좋은 바이오 분야에 비교적 쉽게 진출함으로써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반대로 LFB는 매력적인 한국 시장에 좋은 조건으로 진출할 기회를 얻었다. 합작 형태가 아니라면 영업망 구축부터 제품허가까지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렇듯 사업전망이 불투명한 중소 제약사와 한국 진출을 원하는 외국 제약사간 이해가 맞아 합작법인 형태의 결과물이 나온 건 최근 들어서만 벌써 4번째다. 앞서 한국콜마 한국콜마 close 증권정보 161890 KOSPI 현재가 88,700 전일대비 800 등락률 -0.89% 거래량 325,146 전일가 89,500 2026.04.30 15:30 기준 관련기사 콜마그룹, 자산 5조 돌파… 화장품 ODM 첫 대기업집단 비수기 깨고 역대급 실적…K-뷰티, 1분기 날았다 [클릭 e종목]"올해 2분기 실적이 기대된다…한국콜마, 목표가 ↑" 는 캐나다 복제약업체 파마사이언스와 합작해 한국파마사이언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콜마는 복제약 사업을 추가한 것이며 파마사이언스는 다양한 방식의 한국 시장 진출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콜마는 또 일본 한약제업체와도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계약을 지난해 체결했다.
수년째 한국 진출을 노리던 이스라엘의 거대 복제약 회사 '테바'도 같은 방식으로 한국 땅에 첫발을 딪게 됐다. 파트너는 한독 한독 close 증권정보 002390 KOSPI 현재가 10,310 전일대비 190 등락률 -1.81% 거래량 49,620 전일가 10,500 2026.04.30 15:30 기준 관련기사 한독, 건강기능식품 자회사 '한독헬스케어' 공식 출범 1000대기업 CEO 10명 중 3명은 'SKY' 출신…서울대 14% '55회 한독학술대상', 문애리·정낙신 교수 수상 이다. 이 회사 김영진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독약품은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에 비해 연구개발, 복제약 부문에서 뒤져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약가인하 등 외부변수에 더 큰 타격을 받게 됐고, 위기를 느낀 김 회장은 당장의 캐시카우 창출을 위해 테바와 손을 잡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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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의 합작법인 설립 러시는 사실 정부나 업계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제약회사들은 지난해 4월 대대적 약가인하로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너도나도 외국약 판매대행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피를 섞는' 합작법인 설립까지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 관계자는 "외국 업체의 국내 진출을 돕고 그 회사 제품으로 일시적 매출 증가는 이루겠으나 장기적 산업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적 경영에 매몰돼 있던 제약사들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는 측면은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윤택 보건산업진흥원 제약선진화팀장은 "판매기지 역할에 머문 테바-한독약품 사례에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지만, 신풍제약과 같이 연구개발 협력을 포함하는 형태는 기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킬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작을 통한 내수시장 공략보다는 기술력 전수, 인력 교환 등을 교두보 삼아 해외시장 진출을 꾀한다면 산업 경쟁력 향상이 기대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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