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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망가지면 고객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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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섬김 리더십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이순우 우리은행장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고객이나 부하직원들을 부림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으로 관계맺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권의 경우 직원 뿐 아니라 고객에게까지 섬김의 자세로 대하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이 행장의 리더십이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 행장은 31일 "리더는 망가질 줄 알아야 한다"며 "리더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면 직원들이나 고객들이 비로소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군림하는 리더가 아닌,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행장의 이같은 리더십은 '현장'을 강조하는 철학에서 비롯됐다. 그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영업 현장을 방문하기 위한 점퍼를 맞추는 일이었다. 그는 취임 후 약 2년간 틈만 나면 정장 재킷 대신 점퍼를 입고 시장과 중소기업을 방문했다. 우리은행 본사 로비에서도 "현장 가는 길이다"며 바쁜 목소리로 점퍼를 입고 나서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2년간 이 행장이 직접 방문한 고객은 약 230여곳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사와 마찰이 있거나,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행장이 직접 챙기고, 방문까지 하는 경우가 많으니 문제가 원활하게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명동역 지점장으로 일하던 당시에도 고객들을 직접 챙겼다. 특히 남다른 '맞춤형' 리더십으로 인기를 끌었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던 골프접대가 특별한 일화다. 지점장과 고객들간의 골프약속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고객들끼리 조를 짜서 재미있는 게임이 되도록 기획했던 것. 이 행장은 "참석률을 높이려면 결국 고객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는 서로 친해진 고객들이 자기들끼리 약속을 잡은 후 나에게 참석해달라며 연락해오더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고객과 직원들의 처가상(喪)을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위가 일하는 곳의 사람들이 상가를 찾아오면, 큰 힘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행장은 "행장으로 취임한 이후, 직원의 상가를 방문했는데 정작 해당 직원이 소속된 부서의 임원들은 안 보였다"며 "다음날 임원회의에서 직접 그 임원에게 험한 소리를 하며 꾸짖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 행장의 철학이 반영된 탓일까. 우리은행은 사회공헌 활동이나 임직원 행사도 '섬김의 리더십'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장학금을 전달하거나 복지기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맞춤형 봉사활동이 진행되는 것.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서울광장으로 초청해 벌인 스케이트 타기 행사, 농어촌 자원봉사, 해외점포 현지 직원을 초청해 벌인 한국문화체험 연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이 행장은 일일 '셰프'로 변신, 연수원에서 교육 중인 신입행원들에게 배식을 해 주기도 했다. 입소식 뒤 처음 본 행장이 주방장 모습을 하고 있자 신입직원들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원 출신의 행장이라 직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시는 것 같다"며 "노조도 이 행장과는 특별히 충돌이 없었던 비결"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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