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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점주들이 '머리 깎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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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식을 진행중인 PC방 점주들.

삭발식을 진행중인 PC방 점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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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어머니와 함께 구월동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송영준씨. 그는 운영체제(OS)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 XP PC방용을 사서 쓰고 있는데, 갑자기 지난 달 법무법인에서 지금 사용하는 OS는 불법이니 새로 나온 OS인 윈8을 구매하라며 통보가 날아왔다. 21일까지 구매하지 않으면 고소·고발에 들어간다고 엄포도 놓았다. 하지만 비용만 계산해도 수백만원대에 달해 쉽게 구매할 수가 없었다.

TV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 황당한 사건은 지금 우리나라 PC방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17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MS 규탄 집회'에서는 송씨와 같은 PC방 점주들이 대거 참여, 한국MS의 횡포를 격렬하게 규탄했다. 삭발식을 진행하고, 영업수단인 컴퓨터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MS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윈8을 강매했다는 것. 대부분의 PC방에서는 윈도XP나 윈도7 등 윈도8의 이전 버전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MS측은 이들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윈8을 구입하지 않으면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PC방 점주들은 "윈도XP나 윈도7 등이 모두 합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던 것"이라며 MS측의 주장이 일방적인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PC방에서 운영중인 게임 중 윈8 운영체계와 호환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 PC방이 윈8을 구입해도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점주들은 기존 OS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라이센스를 연 단위로 구매해 사용하는 방법을 선호하고 있으나, 한국MS는 PC방용 윈8 패키지 제품을 구입해야만 합법적으로 윈도 OS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PC방 업주들은 "6개월 전에 출시한 윈8의 판매를 늘리기 위한 강매 아니냐"며 "기존 OS를 사용하게 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OS 구입 후 2년이 지나면 반드시 재구입토록 한 것, 컴퓨터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메인보드 부품이 파손될 때도 OS를 재구입하도록 하는 등 독점기업의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 요구가 적지않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사실 MS와 PC방 점주들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9월에도 한국MS가 전국 PC방을 대상으로 적법한 라이센스에 대한 일방적 주장을 담은 공문을 발송, 윈도XP를 사용하는 점주들을 압박한 바 있다.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세워 윈도XP를 사용하는 PC방을 고소·고발하겠다고 한 것까지 전개 양상도 비슷하다.

당시 점주들은 한국인터넷문화컨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하 조합)을 중심으로 뭉쳐 공론화와 1인 시위에 들어갔고, MS측과 합의를 거부하고 윈도XP를 보유한 PC방이 검찰에서 최종 불기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 사건 이후 조합은 소상공인 단체를 통해 한국MS측과 윈8의 합리적 구매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국 협상이 결렬되고 2년만에 사태가 재발한 것.

한편 MS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강매는 사실 무근'이라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외국서 판매된 대량 불법복제 제품이 PC방에 설치됐기 때문에 정품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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