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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중기부 승격, 대중기 상생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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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챙기기'라고 딴지를 걸 일은 아니다. '철밥통의 대선병(病)'이라고 타박할 필요도 없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정부 조직 개편은 필연적이다. 변화와 혁신은 정부 조직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부처간 신경전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대통령 선거 1주일 남짓 앞두고 윤곽은 대충 그려졌다. 합의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를 과거 정보통신부처럼 독임부처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견은 없다. 국토해양부에서는 해양, 교육과학부에서는 과학 기능이 분리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는 행정안전부와 방통위가 서로 챙기겠다며 신경 전이다.
그 틈에 중소기업청도 표정 관리 중이다. '부(部)' 승격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박근혜ㆍ문재인 여야 대선 주자가 조직 확대를 약속했으니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나친 대기업 의존도 해소, 중기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골목상권 활성화로 상징되는 경제민주화 실현 등 당위성도 확보했다. 내년 부 승격이 완료되면 1996년 공업진흥청에서 중기청으로 이름을 바꿔단지 18년만에 쾌거다.

조직이 커지고 예산이 늘면 중기 지원책은 한층 힘을 받는다. 그런데도 일부 중기인들은 심드렁하다. 최근 만난 A 중기 대표의 취중진담은 그들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다. A 대표는 "중기 모두가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아니다"고 털어놨다.

성장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의 말투가 격해졌다. "기업이 크면 외부 간섭이 많아져. 정치권 눈치도 봐야 하고, 정부 규제도 심해지고. 이때부터 골치 아파지는거지." 잠시 한숨을 쉬더니 혼자 말처럼 내뱉었다. "성장을 포기하면 오히려 편해. 지역 사회에서 적당히 대접받으며 여유로운 삶을 즐기고." 그래서다. 그는 초일류 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부럽지 않단다.
성장에 대한 거부감이 어디 A 대표 뿐일까. 중기인 가운데 기업 성장을 마다하는 '피터팬 증후군'은 적지 않다. 기업도 생명체처럼 중소기업(직원 30명ㆍ매출 100억)에서 중견기업(직원 300명ㆍ매출 1000억), 그리고 대기업(직원 1000명ㆍ매출 1조)으로 성장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중기를 벗어나는 순간 수많은 혜택이 사라진다. 대기업(22%) 대비 낮은 법인세(11%), 상속 증여세 면제 등 160개에 달한다. 일부 중기는 조직 분할, 사업 축소 등의 방법까지 써가며 '꼬마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 바람에 한국 기업 규모 분포는 밑이 넓고 허리가 가는 첨탑형으로 굳어졌다. 우리나라에 이렇다할 중견 기업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기 혜택을 줄이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기업을 키워나가고 싶은 유인책을 강화해야 한다. 중기에서 중견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해가는 성장판이 필요한 게다.

정부는 딴 소리다. 중소기업을 키우겠다면서 연일 대기업을 난타한다. 문어발식 사업확장, 불투명하고 왜곡된 소유ㆍ지배구조 등 부도적한 기업들이 책임질 일도 있지만 '대기업은 악, 중소기업은 선'이라는 이분법은 왜곡된 기업관을 낳는다.

기업인에 대한 마타도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대중소 기업간 갈등 구도는 사회적 낭비만 초래한다. 이런 마당에 중기청이 '부'로 승격된들 무슨 소용이냐는 게 A 대표의 항변이다. 처방법이 틀렸으니 약발이 먹혀들리 없다. 중기부 승격을 환영하면서도 대중소간 발전적인 관계 수립이 시급하다고 진단하는 이유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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