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자산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로 본 국내 기업 전체 사내유보율이 2001년까지만 해도 한 자릿수였으나 2002년 12%로 두 자릿수가 된 뒤 가파르게 상승해 2010년 24%에 이르렀다. 이런 추세는 대기업에서 더욱 확연하게 나타났다. 자본금 대비 잉여금으로 본 매출액 1000대 기업 사내유보율은 2000년대 초 300%선에서 2010년대 말 700%선으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그러자 대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반박에 나섰다. 사내유보금의 대부분은 이미 자산에 투자된 상태이므로 사내유보금을 투자로 돌리라는 주장은 이미 지어 운영하고 있는 공장을 허물고 다시 지으라는 얘기와 같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 쌓아놓고 있다는 돈은 현금성 자산일텐데 대기업 총자산 중 현금성 자산 비중은 8%로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과다 사내유보에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은 기업회계에 대한 오해 내지 무지의 소치라는 얘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국회를 주무대로 벌어진 이 논의는 좀더 깊이 있게 진전될 필요가 있다. 각각이 주장하는 것만 놓고 보면 양쪽 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각각이 입을 다물고 있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양쪽 다 일방적인 감이 있다. 기업에 주어진 역할과 기업 경영의 현실을 두루 감안하는 가운데 보다 객관적ㆍ합리적으로 논의가 전개돼야 한다.
이런 세부 쟁점들이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선거 국면에 접어들어 국회가 마비되면서 사내유보 과세에 관한 논의가 중단돼 버렸다. 아쉬운 대목이다. 이 논의는 단기적으로 투자촉진, 내수활성화, 고용창출 등과 관련해 중요하다. 또 장기적으로는 기업 인센티브 체계 개선, 잉여가치 분배구조 조정, 증권시장 활성화 등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의 적정유보 초과소득 과세제도는 비상장 대기업 대주주가 배당해야 할 이익을 사내유보해 소득세를 피하는 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였다. 이와 달리 최근 논의돼 온 과다 사내유보 과세제도는 상장ㆍ비상장을 막론하고 대기업 이익의 생산적 활용 내지 환류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이다. 1차적으로는 투자촉진, 2차적으로는 고용증대와 분배개선에 효과가 있으리라는 가정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이에 대해서도 물론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이주명 논설위원 c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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