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 정치쇄신에 각후보측 "가짜·베끼기·야합" 설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9일 나란히 내놓은 정치쇄신안을 두고 박 후보측과 문 후보측이 서로 상대후보를 향해 '가짜' '베끼기' '야합' '나눠먹기'라고 비판했다.

◆朴측 "노무현정권 돌아가는 것...설득력 없어"=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안형환 대변인은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문 후보의 오전 새정치와 관련된 기자회견에 대해 "겉으로는 국민들의 염원인 새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했지만, 금일 기자회견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집권 후 대대적인 정계개편과 제2의 열린우리당 창당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변인은 "정치공학적 짝짓기와 편가르기에만 골몰하던 후보가 느닷없이 '통합'을 얘기하니 어리둥절할 뿐"이라며 혹시 박근혜 후보의 '국민대통합' 의지가 국민들의 공감대를 크게 얻고 있는 것에 자극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호남지역의 국민들이 박 후보의 통합행보에 힘을 불어넣어 주시는 것을 보며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문 후보의 국민정당 결성ㆍ공동정부 구성에 대해서는 "크게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면서 "부패하고 무능한 친노세력의 재집권과 실패한 노무현 정권으로 돌아가는 것은 청산해야할 과거로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기억으로 되돌아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친노세력이 복귀함으로서 민주당은 지금 노빠부대가 장악한 도로열린당이 됐다"며 "소위 국민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거기에다가 안철수 세력을 끌어들여서 친노세력의 불소시게, 들러리로 삼겠다는 구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전 후보를 향해 "문재인 후보가 말한 소위 국민정당이라는데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거기에 입당해서 도로열린당의 들러리, 얼굴마담 역할을 할 것인지 국민들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근식 수석부대변인은 "문 후보가 선거를 불과 10일 앞두고 '새정치' 프레임 광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평가하고 "프레임이 기본적으로 설득력을 가지려면 후보의 정체성ㆍ이미지 등과 상당한 관련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과연 문 후보에게 미래 이미지, 새정치 이미지를 찾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희석 부대변인은 문 후보가 전날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대해 비판한 것과 관련, "민심을 호도하는 근거없는 선동이 아닐 수 없다"면서 "그동안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와 필요성을 수없이 강조해 왔고 이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도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실천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며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박근혜 후보만이 대한민국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文측 "朴이 베끼기...진정성없어"=이에 문재인 민주당 후보측은 박 후보가 문 후보의 말을 베끼고 있다고 역공했다. 박 후보는 전날 광화문 유세에서 "저 박근혜, 정권교체 수준을 넘는 정치교체와 시대교체로 새로운 시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대변인은 오후 현안 브리핑에서 "경제민주화는 없었던 일로, 검찰개혁의 중수부 폐지는 없다가 있던 걸로 말바꾸기 하던 박근혜 후보는 이제는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와 시대교체로 나가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말을 베끼고 있다"며 "말바꾸기 여왕으로 등극한 데 이어 말베끼기 여왕까지 석권할 모양"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대변인은 안대희 정치쇄신위원장이 밝힌 대통령 직속 국정쇄신정책회의 설치와 관련, "투표시간 연장이나 수용했으면 그 진정성을 인정하겠다"면서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인 재벌마트 영업시간 제한, 최저 임금을 통상임금의 50%까지 인상하는 최저임금법, 세종시 지원을 위한 세종시특별법 등을 국회처리를 반대하지나 않았으면 그 진정성을 인정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진 대변인은 "정치쇄신은 고사하고 시급한 민생현안 조차도 반대했던 새누리당이 이제 와서 여론수렴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을 믿을 국민은 없다"며 "문재인 후보의 새로운 정치 질서 구상에 대한 맞불작전 차원에서 급조된 어설픈 공약에 불구하다. 박근혜 후보의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을 보여줄 뿐이다"고 말했다.

김수영 부대변인은 박 후보측의 권력나눠먹기 등의 비판와 관련 "문재인 후보가 새로운 정치질서를 위해 이념과 지역, 당파를 넘어선 대통합 내각을 구성하여 시민의 정부를 출범하겠다는 데 대한 답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면 박근혜 후보의 국민통합의 실상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면서 "이회창, 이인제, 김종필, 한광옥 등 과거의 구태정치인을 전부 끌어모아 줄세우기하는 것이 국민통합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김 부대변인은 "그동안 박 후보의 국민통합은 이렇게 이념도 색깔도 생각도 다른 과거 수구세력, 특권세력과 '밀실야합'하고 '권력나눠먹기'를 하겠다는 것이었나"라면서 "민주당은 만일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고, 정당과 정부의 주인이 되겠다는 시민의 정부를 '밀실야합'이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시민들과 야합할 것이고, '권력나눠먹기'라고 한다면 얼마든지 시민들과 권력을 함께 나눌 것이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