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림자'였다. 지난 15년 동안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박 후보의 옆을 묵묵히 지켜왔다. 한 번쯤 언론을 통해 드러낼 기회는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림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철저히 자신을 숨겼다. 그의 얼굴은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서야 공중파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비보가 전해진 직후 박 후보는 모든 일정을 접었다. 마지막 인사를 하러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았다. 그는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가끔씩 마주친 기자들조차 충격적이었는데, 가족과도 같은 이를 또 다시 잃어야 했던 박 후보의 마음은 어땠을까.
박 후보는 약간 부은 눈으로 이 보좌관의 영정 앞에 10초가량 고개를 숙인 채 마음속으로 인사를 나눴다. 흐느끼는 유족에게 "정말 죄송하다,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위로할 뿐이었다. 그 무거움은 질문을 던져야 하는 기자의 본분조차 잊게 만들었다.
한 때 '국회 옆 대나무 숲'이라는 트위터 계정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표현할 수 없는 그림자의 하소연이었다. 정치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였다. 정치인들이 한 번쯤 그림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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