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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림자' 이춘상 잃은 박근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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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강원지역 취재 일정을 마치고 식사를 하던 기자들에게 비보(悲報)가 전해졌다. 이춘상 보좌관이 2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가끔씩 마주칠 때마다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떠올랐다. 소식을 접한 기자들은 누구도 입을 떼지 못했다.

그는 '그림자'였다. 지난 15년 동안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박 후보의 옆을 묵묵히 지켜왔다. 한 번쯤 언론을 통해 드러낼 기회는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림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철저히 자신을 숨겼다. 그의 얼굴은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서야 공중파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박 후보의 그림자로 사는 것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다. 때로는 이재만 보좌관, 정호성·안봉근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권력'이라 불리며 비판과 견제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박 후보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았다. 새누리당 지도부조차 '박 후보가 이 보좌관과 통화를 할 때 목소리가 달라진다'며 부러워할 정도였다.

비보가 전해진 직후 박 후보는 모든 일정을 접었다. 마지막 인사를 하러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차려진 빈소를 찾았다. 그는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가끔씩 마주친 기자들조차 충격적이었는데, 가족과도 같은 이를 또 다시 잃어야 했던 박 후보의 마음은 어땠을까.

박 후보는 약간 부은 눈으로 이 보좌관의 영정 앞에 10초가량 고개를 숙인 채 마음속으로 인사를 나눴다. 흐느끼는 유족에게 "정말 죄송하다,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위로할 뿐이었다. 그 무거움은 질문을 던져야 하는 기자의 본분조차 잊게 만들었다.
옆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 보좌관처럼 정치인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떠올렸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 생계를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 정치에 대한 비판적 인식으로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 때 '국회 옆 대나무 숲'이라는 트위터 계정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표현할 수 없는 그림자의 하소연이었다. 정치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였다. 정치인들이 한 번쯤 그림자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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