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에 의한 성폭력 2차 피해 막아야"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나주 성폭력 사건 직후 국내 한 유명 신문사에서는 성폭행 피의자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던 것"이라는 설명이 따라왔다. 그러나 이 날 한 사이트 게시판에 "친구 사진이 나주 성폭행범 사진으로 도용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개그맨 지망생인 친구가 죽고 싶다는 말까지 한다"는 글이었다. 결국 이 보도는 오보로 밝혀졌다. 그러나 사진이 게재된 시민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었다.
언론으로 인한 성폭력 2차 피해는 심각하다. 범죄 피해자와 가족은 언론의 끈질긴 취재에 시달리고 피해 사실은 의도치 않게 확산된다.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가 언행이나 외모에 문제가 있어 범죄를 당했다는 식으로 매도당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기도 한다.
29일 여성가족부 주최로 열린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다온)는 "국내 성폭력사건 기사가 피해자의 거주지를 동 단위까지 밝히고 연령이나 가해자와의 관계까지 적시하는 한편 범죄의 구체적 방법 등을 상세히 묘사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선정적인 헤드라인과 범죄를 자극적으로 묘사하려는 보도, 정보공개에 대한 무감한 행태 등이 근절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수원에서 발생한 여대생 성폭행 사건은 '재밌는 오빠들이 늑대로 돌변했다'등의 선정적 표현이 제목으로 동원됐다. 범행 장소인 모텔에서 가해자들에게 업혀 오는 피해자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까지 고스란히 보도됐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가 언론·출판의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보도 방법과 정도에 따라 피해자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알 권리 충족을 위해 개인의 인격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피해자 지원기관에서 언론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사도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제공정보의 범위, 정보제공자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범죄피해 보도와 관련한 합리적 가이드라인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대표성있는 언론관련단체가 자율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적용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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