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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선거공약은 공적계약, 검증 나설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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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대선후보등록 마감날이고 27일부터는 18대 대선의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각 후보의 공약을 뜯어보면 한마디로 호들갑스럽다. 그러나 내용이 없다. 그저 말만 요란스럽다. 거기다가 수시로 입장이 바뀌기까지 한다. 지식기반사회에 접어드는 중대 시점에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 정도 수준인가 하는 한탄이 나온다. 전통적인 철학과 가치보다는 너무 많은 외부 인사들의 말에 의존하다 보니 결국 정체성은 사라지고 표를 얻기 위해 스스로 가식에 갇히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다음 대통령은 시작부터 어려울 것이라 말한다. 한국 사회의 문제점 해결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대단히 어려운 정책적 결단을 해야 한다. 급증한 국가부채와 부의 편중 문제, 사회양극화 심화에 따른 갈등해소와 가계부채 해결, 전 세계적인 경제의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적 결단을 해야 한다. 그만큼 정교한 정책공약을 준비해서 선거에 임해야 하고,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유권자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새로운 대통령 후보의 모습은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유권자 검증은 피하며 하고 싶은 말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지난 11일 종합공약집을 발표했지만 정책공약의 기본인 재정의 대차대조표가 빠져 있어 정책검증을 어렵게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종합공약집 제시 없이 순차적 공약 발표를 진행하고 있어 발표 때마다 택시 미터기처럼 재정이 추가되는데 검증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정책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선거 캠프도 그렇다. 학술적 논거를 정책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기에는 선거 때만 되면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정책보다는 선거에서 유력 후보에 줄서는 데 전문인 사람들이 더 많다. 언론도 우리 사회의 문제점 해결과 비전을 설정하기 위한 정책검증보다는 여론조사의 과학적 범위를 벗어나 후보 이미지 전략이 어떻고 구도가 어떻고 등등 승패에 대한 얘기뿐이다.

선거 공약은 부탁이 아닌 공적 계약이다. 국민에게 무엇을 주겠다는 선물이 아니라 무엇을 함께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래서 표를 얻기 위해 머리를 짜낸 가식적 공약이 아니라 팍팍한 삶 속에 스며들어 오랜 시간 가슴으로 함께 느끼고 발로 뛰며 만든 구체적인 공약을 구분하여 매니페스토라 부른다. 그리고 매니페스토 선거가 정착된 나라는 후보자 중심의 호들갑스러운 선거가 아닌 유권자 중심의 차분한 선거를 치른다고 한다.
후보자와 세력의 철학과 의지에 따라 책임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대의를 위임받는 것이 선거민주주의다. 이와 같은 이유로 공약은 볼 필요 없다면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IMF경제위기,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유럽발 재정위기 모두 정책적 실패에서 비롯된 일이다. 매니페스토 선거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회의에도 매니페스토 선거를 끈질기게 제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사회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시각은 동일할 수 있다. 세계 어느 정당 어느 후보자든 복지와 일자리에 대한 공약은 빠트리지 않는다. 그러나 전통적인 정책기조와 핵심공약에 따라, 재원조달 방안과 이행방법에 따라 차이가 크다. 따라서 후보 간의 정책적 차이점과 실행방안은 무엇이 다른지, 어디서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어디에 어떤 원칙으로 돈을 쓸 것인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약이행 대차대조표는 제시하고 있는지, 서로 정책을 중심으로 토론하며 그 진정성과 실효성, 실천가능성을 현미경처럼 검증해보자. 그것으로 각자가 지지의 논거로 삼는 현명한 유권자 반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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