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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만든 소비트렌드' 발품·PB·특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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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만든 알뜰소비 4계명
-한푼이라도 더 싸게 가구단지 손님 북적
-자체브랜드 상품 인기 실속.저렴이를 찾아라
-시장.마트 알뜰구매로 10원이라도 더 싼 곳으로
-할인유혹 두눈 딱 감고 "사고보자"는 이제 옛말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올 연말 결혼을 앞둔 직장인 김수린(31)씨는 신혼가구와 가전제품 장만하기에 정신이 없다. 주말마다 가구단지에 내려가서 원하는 모델을 직접 보고, 집에서는 다시 인터넷으로 제품 모델명을 검색해 최저가 가격을 알아본다. 김씨는 "가격을 어느정도 파악해가야 현장에서 더 깎아달라고 협상할 수 있다"며 "번거롭긴 하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한다"고 말했다.
불황에 깐깐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최저가 가격을 매장에 가서 들이밀고 '더 깎아주세요'라고 말하거나 '서비스로 주는 건 없나요'라며 당당히 요구하기 일쑤다. 같은 제품이라도 단위 당 가격으로 따져서 10원 차이에도 마음이 기우는가 하면 아무리 저렴한 제품이라도 필요없다 싶으면 매몰차게 돌아선다.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2012년 대한민국 소비자들의 자화상이다.

◆불황법칙① "발품 팔수록 가격은 내려간다"
지난 28일 인천남동공단 가구단지는 주말인데도 전국 곳곳에서 가구를 사러 내려온 차들이 쉼없이 드나들었다.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목재가 이곳에서 가구, 소파 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산자가 직접 판매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 대부분 공장 옆에 창고를 운영하고 이월상품 등 일부 제품은 최대 70~80%까지 할인하고 있었다. 보루네오 매장의 경우 아예 재고품만 따로 매장 한 켠에 전시해놓고 정상가에서 30~80% 할인판매했다.

매장 관계자는 "일부 흠이 있거나 장롱같은 경우 짝이 없는 2쪽문짜리 제품, 단종된 모델 등이 주로 전시돼있는데 유행에 민감하지 않다면 사용하는 데에는 크게 문제 없다"고 말했다.
분당 가구단지 역시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이들이 찾는 곳 중 하나다. 최승제(32)씨는 "지난주 모 가구단지에서 뽑았던 견적서보다 이곳이 70만원가량 더 저렴하게 나왔다"면서 "온라인 카페를 통해 소개받고 왔는데 알아보고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더 저렴하게 파는 곳이 나온다"며 "발품파는 만큼 절약할 수 있다"고 만족해했다.

◆불황법칙② "같은 제품이라도 PB가 싸다"
품질 차이도 많지 않고 소비자들이 100원 단위에도 민감해하기 때문에 PB제품 선호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유통 마진이 일반상품 보다 낮아 PB 제품 가격이 저렴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에는 실속을 따지는 소비자들 중심으로 PB제품 판매량이 날로 증가추세다. 무심코 드나드는 편의점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생수 카테고리 중 판매 1위 제품은 'PB깊은산속옹달샘물'이다. 가격이 500원으로 타제품이 650원, 850원인 것에 비해 150원~350원 싸다. PB와라아이스바도 아이스바 카테고리 중 지난해 5월부터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역시 가격은 500원.

BGF의 CU에서도 PB제품이 인기다. 1000원짜리 감자칩의 경우 일반제품과 용량과 맛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500원~1000원가량 저렴하다. 10월 한달 간 주간 평균 115%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감자 스낵 카테고리에서 판매수량 상위 5위까지 치고 올랐다. 이용상 CU 상품본부장은 "경기 불황에 맞춰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에서 차별화된 PB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알뜰 쇼핑을 돕겠다"고 말했다.

◆불황법칙③ "전통시장-마트-백화점, 알짜만 쏙쏙"
주부 허현옥(54)씨는 전통시장에서 사는 물건과 대형마트에서 사는 물건이 따고 나눠져있다. 과일은 시장에서 사고 기획특가 제품은 마트에서 사는 식이다. 허씨는 "지난 달 배추 값이 올랐을 때에는 마트가 시장보다 한 통당 500원~1000원가량 쌌다"며 "시장이 무조건 저렴할 것 같지만 마트에서 대량으로 방출하는 물량이나 기획상품 등은 더 싸다"고 말했다.

백화점이 더 싼 제품도 있다. 한국소비자원 생필품가격정보에 따르면 '순창재래식안심생된장(1kg)'은 SSM이 5659원인 반면 백화점 평균가는 4889원으로 700원 이상 차이가 났다. 또한 '청정원 순창 쌈장'과 '해찬들 사계절 쌈장'은 각각 백화점서 3285원ㆍ3154원인 반면 SSM에서는 3681원ㆍ3672원에 판매돼 백화점이 오히려 12~16% 저렴했다.

◆불황법칙④ "세일해도 필요하지 않으면 안 산다"
금천구 가산동의 의류단지는 유명브랜드 제품을 50~70% 상시할인으로 유명한 곳. 그러나 이곳도 불황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않다.

여성의류 상설할인매장 직원은 "지금까지 재킷을 3만9000원에 팔아본 적이 없는데 이례적인 세일이다"라며 "이렇게까지 세일해도 정작 지갑을 여는 고객들이 없다. 본인들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아예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가 좋았을 때에는 '싸면 일단 사고보자'라는 식의 심리가 있어서 소비에 영향을 줬지만, 최근에는 이런 기대를 전혀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직장인 이민지(30)씨는 "관악구에 있는 탠디 매장에서 20만원대인 겨울 부츠를 13만원대에 팔고 있었지만 지난해에 장만한 게 있어서 과감히 돌아섰다"며 "괜히 싸다고 장만하면 낭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세일에 현혹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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