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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휴거'의 기억…'끝날' 예측은 끝나지 않았다

최종수정 2012.10.28 13:40 기사입력 2012.10.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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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말 출간된 바우어 성경 마태복음에 인쇄된 '휴거' 삽화.

18세기말 출간된 바우어 성경 마태복음에 인쇄된 '휴거' 삽화.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 1992년 10월 28일. 수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하며 밤늦은 시간까지 TV앞을 지켰다. 당시 시한부 종말론을 전파하던 다미선교회의 '휴거' 예배가 TV를 통해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예배가 진행되던 교회 앞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구경꾼들이 진을 쳤다.

'휴거'는 신이 특정한 날에 인간의 영혼이 공중으로 들려져 천국으로 향한다는 현상이다. 다미선교회는 이날 자정을 기해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교회에서 예배를 보던 신도들이 하늘로 올라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도들의 바람은 허사로 돌아갔고 예배를 보던 이들은 큰 동요없이 해산했다. 다음달 1일 이 선교회 본부장인 이장림 목사 명의로 "국민과 교계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자성의 의미로 다미선교회를 해체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목사는 신도들로부터 받아 자기명의로 은행에 입금했던 34억여원도 되돌려주겠다고 밝혔다. 11월 4일 이들은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다미선교회에서 마지막 예배를 봤다.

다미선교회건은 현재 온라인백과 '위키피디아' 영문판에 대표적인 휴거(rapture) 예언 중 하나로 등재됐을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사건이다. 92년 당시 다미선교회 외에도 수십개의 기독단체들이 휴거를 주장했다.
휴거 예언은 밀레니엄을 앞두고 전파된 일종의 세기말 유행이었다. 미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출신 에드가 와이즈넌트가 1988년에 쓴 "88년에 휴거가 일어나는 88가지 이유'라는 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와이즈넌트는 저서에서 그해의 9월 11일, 혹은 13일쯤에 휴거가 있을 것이라 예언했다.

이 책은 미 전역의 교회에 무료배송으로 30만부가 뿌려졌고 시중에선 자그마치 450만부나 판매되는 등 그해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와이즈넌트는 "성경 내용을 바탕으로 한 내 계산은 정확하다"며 "예언이 틀렸다면 그건 성경의 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으나 결국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와이즈넌트의 예언은 특히 일부 열성 기독교 신자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미국의 한 기독교 방송은 1988년 9월의 휴거를 대비하라는 특별방송까지 내보냈다. 하지만 예언이 빗나가자 와이즈넌트는 말을 바꿨다. 1989, 1993, 1994년을 종말의 해로 규정한 저서를 잇따라 출간했던 것이다. 그는 1997년까지 예언을 남발했으나 예전만큼 주목받진 못했다.

미국의 유명 종교방송 '패밀리라디오'의 진행자이자 대표인 해럴드 캠핑(90)은 두번이나 휴거일을 예언했다. 그는 지난해 5월 12일을 휴거일로 잡았다. 휴거 후 5개월간 세계 곳곳에서 지진 등 환란이 발생하고 묘지에서 영혼들이 빠져나와 승천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캠핑은 1994년에도 한차례 세계의 종말을 예언한 바 있다. 94년 예언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성서 해석에 일부 오류가 있었다"며 종말일을 새로 예언했다. 하지만 2011년에도 종말은 발생하지 않았다. 당시 네티즌들은 육신이 휴거되고 옷만 남은 상황이라며 캠핑을 조롱하는 사진을 앞다퉈 트위터 등에 올리기도 했다.

종말론이나 휴거설은 수세기전부터 시작돼 아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자 아이작 뉴튼이 한 예언도 있다. 뉴튼은 1704년 세상의 끝에 관한 내용을 담은 성경 '다니엘서'를 해석해 적어도 2060년 이전에 종말이 다가올 것이라 예언했다.

포털에서 검색되는 휴거 신봉 커뮤니티들의 회원수를 합하면 총 2만명에 육박한다. 이들의 특징은 나름대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새로운 지구 종말론의 근거로 태양의 이상현상과 인체 삽입용 전자칩인 '베리칩'을 지적한다.

우선 이들은 태양폭풍이 지구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 보고 있다. 태양폭풍은 태양 표면의 흑점이 폭발하며 표면에 있던 높은 에너지를 가진 플라스마 입자가 우주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실제로 미항공우주국은 내년 5월경 태양폭풍의 여파가 지구를 덮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종말론자들은 태양 폭풍으로 인해 대기권의 전리층이 교란되며 엄청난 전자·통신 장애를 가져오게 되고 이로 인해 지구가 멸망한다고 주장한다. 또 의료용 전자칩인 베리칩을 성경에 나오는 '짐승의 표시'라며 이 칩이 전 세계인의 몸에 주입되는 날 종말이 올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92년 당시 다미선교회의 휴거 예배에 참석했던 이만성 목사(57)는 현재도 휴거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15일 새벽을 휴거일이라 주장했으나 예언은 빗나갔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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