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베이비부머 은퇴 쇼크’가 본격화한 지 1년을 앞둔 지금, 우리에게 체감되는 변화의 지표는 어떤 것일까?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이는 곳은 역시 부동산 시장이다.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의 몰락은 단순히 베이비부머의 귀농·귀촌 현상만이 아니라 극심한 경기 침체와도 결부지어 생각할 내용이긴 하지만, 대형 위주의 전원주택 시장이 중소형으로 바뀌고 있다거나, 전에는 드물었던 전원주택 전세 수요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것은 이후에도 가속화할 부동산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하게 해준다.
같은 맥락에서 시중은행들도 커져가는 ‘은퇴자 대상 비즈니스’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한때 대세로 꼽혔던 PB시장이 금융사들의 각축장인 ‘레드오션’으로 바뀐 반면에, 은퇴시장은 해마다 150만명씩 불어나 10년 간 성장할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결국 55세에 퇴직해 세상에 나와 보면 돈 벌 길은 막막하고, 여기저기 돈 털릴 일만 지뢰밭으로 깔렸다는 게 당연하면서도 냉혹한 세상의 현실이다. 재산이라고는 달랑 집 한 채인데, 1969년 이후 출생자의 경우엔 국민연금이 개시되기까지 10년의 엄동설한을 견뎌야 한다. 이래서야 울며 겨자 먹기로, 살고 있는 집이라도 담보를 잡혀 소자본 창업을 하는 뻔한 시나리오를 피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본지가 지난 10월 22일 ‘50플러스 행복 충전의 날’ 행사를 개최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다. 은퇴 후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베이비부머을 초청해, 그들의 노하우를 결집하고 체계화하여 이후 세대들에게 하나의 성공 모델로 알리자는 뜻이다. 나 역시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 출생자) 세대로 은퇴 준비를 코앞에 두고 있으니, 이들의 성공담을 듣는 기분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끝으로 내가 느낀 한 줄 교훈. “인생 이모작에 성공하려면 자녀를 위한 교육비만 떼지 말고 ‘나를 위한 교육비’도 책정하라.” 준비된 은퇴 설계만이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는 당연한 얘기를 골수까지 각인시켜 준 뜻 깊은 자리였다.
컨텐츠 총괄국장 구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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